최강 빌런이 된 그리스 여신…그 색다름과 진부함 사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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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코믹스 히어로물 '샤잠! 신들의 분노'"'샤잠! 신들의 분노'가 첫 개봉 주말 '시장의 분노'를 느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보도한 기사의 첫 문장이다. '샤잠! 신들의 분노'는 2019년 개봉한 DC코믹스의 히어로물 '샤잠!'의 속편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17일 개봉한 이 작품은 17~19일 3050만 달러(약 400억원)을 벌어 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첫 시즌이 5350만 달러(약 701억 달러) 매출을 올린 것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작품은 DC코믹스 영화 중 가장 낮은 순위인 '버즈 오브 프레이'(3300만 달러)와 '수어사이드 스쿼드(2620만 달러) 사이에 오르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이 영화는 지난 15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했다. 하지만 누적 관객 수는 6만명으로, 박스오피스 4위에 머물러 있다.4년 만에 돌아온 샤잠의 귀환이 반갑기는 하지만 작품을 보고 나면 흥행 성적표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즌 1은 DC코믹스의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 다양한 차별화 요소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나온 두 번째 시즌에선 훨씬 스케일이 커지고 스토리도 풍성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색다름과 진부함 사이를 오가는 어설픈 설정, 예상 가능한 전개로 인해 역효과가 났다. 영화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고 히어로가 된 소년 빌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빌리는 부모에게서 버려진 아픔을 갖고 있지만, 위탁 가정의 가족들과 함께 화목하게 지내며 이를 극복해 가는 평범한 소년이다. 그러다 그는 한 마법사의 선택에 의해 초능력을 얻게 된다. "샤잠!"이라고 외치면 솔로몬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제우스의 권능 등 신의 모든 능력을 가진 어른 히어로로 변신한다.
첫 시즌은 빌리가 소년과 어른 사이를 오가는 히어로가 된다는 점, 위탁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다함께 힘을 나눠갖고 그들 역시 히어로가 된다는 점 등 차별화된 설정으로 호평을 받았다. 마블 히어로물과는 다른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 유치하지만 소소한 재미를 주는 B급 유머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시즌 2에 이르러선 장점들을 잘 살리지 못했다. 영화 초반은 시즌 1처럼 흥미롭게 전개된다. 아틀라스의 딸이자 그리스 여신인 헤스페라(헬렌 미렌)와 칼립소(루시 리우) 자매가 나타나 빌리와 그의 가족들에게 빼앗긴 초능력을 다시 되찾으려 한다는 내용에 호기심이 생긴다. 원래 DC코믹스, 마블 등의 히어로물 다수엔 신화적 요소들이 많이 접목돼 있다. 하지만 그리스 여신을 직접 인간 세상을 무너뜨리는 최강 빌런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느껴진다.첫 시즌에 비해 유치한 대사나 설정이 많이 줄어든 점도 긍정적이다. 시즌 1에선 히어로가 하는 대사와 행동이라기엔 지나치게 유치해 보이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이로 인해 어린이 히어로물에 좀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2에선 B급 농담보다는 빌런과 진지하게 대적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강 빌런과 싸움을 벌이는 만큼 규모가 한층 커졌다. 다양한 방식의 전투가 이뤄져 볼거리도 다양해졌다.그러나 스케일을 키우고 그리스 신화 등 여러 이야기를 섞다보니 전개가 오히려 느슨해졌다. 로맨스에 기대는 등 안일하고 진부한 설정들도 곳곳에 보인다. 무시무시한 유니콘들이 갑자기 히어로들이 던져준 젤리에 조용해지고 말을 잘 듣는 장면이 나오자, 극장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빌런의 매력을 크게 살리지 못한 점도 아쉽다. 가장 나쁜 빌런으로 그려진 칼립소가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는 설정은 거의 없다. 상대에게 흑마술을 거는 것과 사악한 용 '라돈'을 타고 다니는 능력이 전부다.시즌 1의 장점 일부가 시즌 2에 와선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소년 빌리가 히어로로 변신하면 어른의 얼굴을 하게 되지만, 내면은 그대로 소년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그가 계속 아직 덜 성장한 히어로로만 느껴진다. 히어로물이라기엔 가족 이야기만 지나치게 부각한다는 점도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샤잠은 DC코믹스가 아예 놓아 버리기엔 여전히 장점이 많은 히어로다. 다음 시즌이 나온다면, 한층 더 성장한 매력있는 히어로로 돌아오길 바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