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자·무소득자도 당일 '최대 100만원' 빌린다…27일 생계비 대출 출시

사진=연합뉴스
제도권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 주위를 기웃거리게 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을 1시간여 만에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오는 27일 출시된다. 이자를 성실하게 납부하면 금리 할인 혜택을 제공해, 이자율이 최저 연 9.4%까지 내려가도록 설계됐다. 사전 상담예약 신청은 22일부터 진행된다.

○“최저금리 연 9.4% 적용”

금융위원회는 오는 27일부터 1000억원 규모로 소액생계비대출을 공급하기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신용평점이 하위 20% 이하면서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취약계층이 대상인데, 제도권 금융이나 기존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이 어려운 소비자들한테 우선 공급된다. 다만 신용정보원에 세금 체납정보나 대출·보험사기 등 정보가 등록된 금융질서문란자는 대출이 거절될 수 있다.

지원 한도는 최대 100만원이다. 최초 50만원 대출 이후 6개월간 이자를 성실하게 상환할 경우 50만원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본인 명의 휴대폰이나 유심(USIM)을 넘기는 대가로 돈을 빌리는 ‘내구제 대출’이 50만원 내외 소액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한도를 정했다. 다만 병원비나 등록금 등 상담원이 납득할 만한 사유를 제시한다면 처음부터 100만원까지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자금 용도는 생계비로 제한된다.

금리는 연 15.9%인데 서민금융진흥원의 금융교육을 이수하면 0.5%포인트가 인하돼 연 15.4%가 적용된다. 50만원 대출 시 최초 월 이자부담은 6416원 수준이다. 이자를 성실하게 납부하면 6개월마다 2차례에 걸쳐 금리가 3%포인트씩 인하된다. 최종 금리가 연 9.4%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때 월 이자부담은 3916원 수준이 된다. 만기는 기본 1년인데, 최장 5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언제든 원금 상환도 가능하다.

○“전국 46개 센터서 대면 신청”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으려면 전국 46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 지출용도나 상환의지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통과를 하면, 30분~1시간 안에 대출금이 통장에 들어온다. 유재훈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대면 절차만 열어둔 이유에 대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민간 자선단체 케이스 등을 살펴보니 비대면으로 빌려주면 90%가 갚지 않지만, 대면으로 하면 70~80%가 상환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대출 상담을 채무조정이나 복지, 취업지원 등 다양한 자활지원 프로그램 상담과 연계해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직원, 지방자치단체 복지공무원, 전문직업 상담사 등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단순히 급전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대상자들이 채무조정제도나 복지 혜택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불법 사금융의 수렁으로 빠지는 일을 막는 게 이번 제도의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불법 사금융 거래의 연환산 평균금리는 414%에 달한다.

오는 22~24일 동안 온라인과 유선을 통해 다음주 첫 상담예약을 신청할 수 있다. 매주 수~금요일에 다음주 월~금요일 상담에 대한 예약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기부금 등을 토대로 마련된 재원을 활용해 올해 1000억원의 소액생계비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피싱 사기에 조심하세요”

금융위 관계자는 “서민금융진흥원은 문자나 전화를 통한 대출상품 광고를 일절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만약 소액생계비대출을 신청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면, 피싱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최근 서금원 로고를 도용하거나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사칭한 문자메시지나 보이스피싱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