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삼성 효과' 없나요…송도 집주인들 '눈물' [돈앤톡]

삼성바이오, 2조 투자 발표했지만…집값 영향 미미
"송도 부동산, 적어도 3년은 더 조정될 전망"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K-바이오'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한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삼성발(發) 새로운 호재가 나왔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추가로 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미지근'한 반응뿐입니다.

2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제5공장 투자와 착공 계획 등을 의결했습니다. 삼성바이오는 투자비 1조9800억원을 들여 연면적 9만6000㎡ 규모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11공구)에 5공장을 새로 지을 예정입니다.상반기 내에 착공해 2025년 9월 준공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회사는 총 78만4000리터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기업 가운데 압도적인 세계 1위 수준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 증설 소식에도 송도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미지근합니다. 집값이 치솟던 2021년엔 바이오의 'ㅂ'자만 나와도 호가가 하루 만에 수천만원에서 억원단위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한 모습입니다.

앞서 정부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삼성전자의 300조원 투자 소식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e편한세상한숲시티' 호가가 며칠 사이 수천만원이 오르고 매물들이 거둬진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입니다.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부동산 전경. 사진=연합뉴스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주민들 사이에선 기대감이 높다"면서도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미국에서는 은행이 파산한다는 둥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마당에 한 기업 공장 추가 증설 소식으로 송도 집값이 움직일 리 있겠느냐"고 귀띔했습니다.

2021년 급등기 송도 집값을 밀어 올린 것은 바이오 관련 호재보다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영향이 더 크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인근 또 다른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사실 송도 집값이 뛰기 시작한 건 GTX-B노선이 깔린다는 교통 호재 때문이었고, 이후에 바이오 관련 호재가 더해진 것"이라며 "(경기도 용인과 비교했을 때) 투자 규모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느냐. 시장을 움직일만한 재료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송도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침체한 상황입니다. 바닥을 치고 일부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고점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찍이 단지가 조성돼 인프라가 자리 잡은 1~4공구 집값도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마스터뷰22블록' 전용 84㎡는 지난 15일 7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이 면적대는 지난해 11월 6억7500만원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이보다는 7500만원 뛰었습니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했던 2021년 10월 기록한 11억4500만원보다는 3억9500만원 내렸습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상대적으로 도시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외곽 지역 집값은 더욱 처참합니다.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지난 3일 7억1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지난 1월 기록한 5억8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반등했습니다만 2021년 기록했던 10억5000만원(11월)과는 여전히 차이가 큽니다.

송도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값이 바닥을 쳤던 지난해 중순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긴 했다"며 "단기간에 급하게 집값이 내린 이후로 관심 있는 실수요자, 투자자들이 유입된 영향"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부 단지의 경우 여전히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송도의 집값 조정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송도 집값이 6~7년 올랐는데 6개월 조정을 거치고 다시 회복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조정 장세가 앞으로 3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건설, K-바이오랩허브 구축 등 송도가 가진 호재가 여전히 그대로인 만큼 향후 회복기가 오면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보는 주장은 소수일 뿐이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