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행 시진핑 "패권 해악 심각…중러 무역규모 늘려야"(종합)

러시아 매체에 기고문…"우크라 위기,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법 없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패권 행태가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중러 간 무역 규모 확대 등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20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매체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패권, 패도, 괴롭힘 행태의 해악이 심각하고 엄중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나라에 통용되는 통치 모델은 없으며, 한 나라가 결정하면 그만인 국제 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러 당일 러시아 매체들이 보도한 시 주석의 이런 메시지는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시 주석은 "중러 관계는 이미 70여 년의 비바람을 겪었다"며 "오늘날 중·러 관계는 어렵게 얻은 것이며, 중·러 우정은 긴 세월 유지된 것으로,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의 러시아 방문은 우정, 협력, 평화의 여정"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미래 한 시기의 중·러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청사진, 새로운 조치들을 구상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투자와 경제·무역 협력의 양적·질적 향상을 추동하고, 정책 조정을 강화하고, 양국 투자 협력의 질 높은 발전을 위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양자 무역 규모를 확대하고 더 많은 이익의 접점과 협력의 성장 포인트를 만들어 전통 무역과 신흥 협력의 상호 보완적이고 병행적인 발전 패턴을 형성해야 한다"고 썼다. 이와 관련, 지난해 중러 교역액이 1천900억 달러(약 248조 원)를 돌파해 10년 전에 비해 116% 늘었으며, 중국은 13년 연속으로 러시아의 제1 교역 상대국이 됐다고 시 주석은 소개했다.

또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유라시아경제연합(러시아가 주도하는 구 소련 출신 국가들의 경제 협력체)의 연계 협력 지속 추진과 긴밀한 인적교류 등을 시 주석은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금 세계는 백 년간 없었던 큰 변화의 국면에 처해 있다"며 "평화·발전·협력·공영의 역사적 흐름은 막을 수 없고, 세계 다극화·경제 글로벌화·국제관계 민주화의 대세는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법은 없다"고 썼다.

시 주석이 조만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유선으로 소통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외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뚜렷한 중재 성과가 없을 경우 자신의 외교력이 평가절하될 수 있음을 의식해 기대치를 낮추려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공통적이고 종합적이며 협력적이며 지속 가능한 안보관을 가지고 평등하고 이성적이며 실용적인 대화와 협상을 견지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해결할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와 보편적 안전을 실현할 수 있는 밝은 길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은 이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