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이스라엘 장관 "팔레스타인 사람 같은 건 없어" 발언 파문

팔레스타인·요르단, "극단적 인종주의"…하마스 "국제사회 단호하게 대처해야"
라마단·유월절 앞두고 긴장완화 위한 5자 회담에 '찬물'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성향 인사 중 하나로 꼽히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이 팔레스타인 관련 망언으로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20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스모트리히 장관은 집권당인 리쿠드당의 전직 활동가 추모행사에서, 팔레스타인 민족은 시오니즘 운동에 대항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 같은 건 아예 없었다는 주장을 엘리제궁, 백악관은 물론, 이스라엘의 아랍계 주민과 '혼란스러운 유대인' 모두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혼란스러운 유대인'이란 좌파 유권자를 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스모트리히 장관이 선 연단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요르단강 유역 위임통치 당시 '위임통치령 팔레스타인'과 트랜스 요르단(1921년부터 1946년까지 현재 요르단 지역을 다스린 영국의 자치국)이 모두 표시된 '대(大) 이스라엘 영토'(Greater Land of Israel) 깃발로 장식됐다.

'대 이스라엘'은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유대 민족주의 운동)의 기본 이념이다.

이날 행사에 사용된 깃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팔레스타인 통치 시절 활동했던 유대주의 지하 군사 조직 이르군(Irgun)의 깃발과 유사하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이어 가족사를 풀어 놓으면서 자기 조상들이 진정한 팔레스타인 주민이며, 현재의 팔레스타인 주민 개념이 만들어진 건 100년도 안 됐다고 주장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의 망언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3월23일 시작 전망)과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 명절 유월절(4월 5∼22일)을 앞두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긴장 완화를 위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미국, 이집트, 요르단의 5자 회담에 찬물을 끼얹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즉각 성명을 통해 "스모트리히 장관의 발언은 이스라엘 정부의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나타내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비난했다. 또 요르단 외무부도 문제의 발언을 '극단적 인종주의'로, 스모트리히 장관을 '극단주의자'로 묘사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도 "이 발언을 통해 이스라엘의 인종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정책이 드러났다"면서 "국제 사회가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모트리히 장관의 대팔레스타인 강경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총격으로 20대 이스라엘인 형제가 죽고, 정착촌 주민들이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지 후와라 마을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총격을 가하자, 마을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분리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하는 일이 잇따르자, 이스라엘군은 테러범 색출을 이유로 서안의 난민촌 등에 들어가 수색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및 주민 간 유혈 충돌로 수백명이 사망했다. 이런 유혈충돌은 지난해 연말 이스라엘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초강경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층 빈번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