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없다…인천공항 면세점 관련주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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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사업자 후보 선정 소식에 주가 ↑앞으로 10년간 인천공항에서 면세사업을 할 사업자 후보가 정해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과거 과도한 임대료 부담으로 롯데면세점이 면세사업권을 반납해 '승자의 저주'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과거보다 유리해진 입찰 조건…'승자의 저주' 가능성 낮아"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호텔신라는 전 거래일 대비 1900원(2.6%) 오른 7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각각 2.18%, 1.53%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이는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3곳을 면세점 일반 사업자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천공항에서 일반 사업권 구역은 DF1 구역부터 DF5 구역까지로 총 5개 사업권, 63개 매장(2만842㎡)이다. DF1·2구역과 DF3·4구역은 신세계와 신라가, DF5 구역은 신세계와 현대, 신라가 복수 사업자로 선정됐다. 반면 롯데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1차 관문을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주가 상승이 주목받는 이유는 공항면세점이 다시 수익사업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입찰 공고에서 임차료 부담 완화, 계약기간 장기화, 사업권역 통합 조정 등 과거보다 유리해진 입찰 조건을 제시했다.과거 공항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에서 '출혈경쟁 사업'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2015년 9월부터 2020년 9월 기간 동안 유효했던 2015년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찰의 결과 영향이 컸다. 당시 롯데는 2015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높은 금액을 써내 사업권을 따냈지만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018년 일부 매장을 자진 철수했다. 투자자들도 '공항면세점은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장'이란 인식을 갖게 됐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 "2017년 이후 진행된 다수의 국내 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는 국내 면세사업자들이 이제는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찰에 임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며 " 이번 사업자 선정을 위해 인천공항이 과거 대비 면세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찰 조건을 대폭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는 실적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업종 내 최선호주로는 호텔신라를 제시했다. 2022년 기준 국내 면세업체 순위는 신라(4조3263억원), 롯데(3조7277억원), 신세계(3조4787억원), 현대(2조2571억원) 순이며 입찰 결과에 따라 재편될 전망이다.공항점이 면세점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면세점 업계 순위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여행이 재개되고 있고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도 마무리 단계다. 특히 고객 구성 변화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2017년 사드, 2020년 코로나19를 거치며 따이공 의존도가 높아져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알선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자유여행객(FIT) 입국이 본격화되고 이들이 시내면세점으로 집중될 경우 수익성은 가파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는 오랜 기간 갖춰온 업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어 독보적인 매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사드와 코로나19 이후 7년만에 맞이하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 재편 과정에서 호텔신라의 수익성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