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탄소감축 계획…산업계 부담↓ 기술·국제협력 의존도↑

'2030년까지 목표'는 유지했지만 산업 부문 감축률 낮춰줘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과 국제감축은 '불확실성' 커 문제
정부가 21일 공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계획안) 골자는 산업계 탄소배출 감축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미래기술과 국제협력에 더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통해 발표한 계획안을 보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자체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7억2천760만t) 대비 40% 감축(2030년 배출량 목표치 4억3천660만t)'을 유지했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에 '차기 NDC는 이전 NDC보다 강화돼야 한다'라는 '진전원칙'이 적용돼있어 NDC를 후퇴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간 2021년 10월 NDC를 상향할 때 설정된 산업 부문 감축률(2018년 배출량 대비 14.5% 감축)이 과도하고 실현이 어렵다는 주장이 산업계에서 나왔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달성 가능한 산업 부문 감축률이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5%에 불과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는 산업 부문 감축률을 14.5%에서 11.4%로 낮췄다.

이에 산업 부문에서 2030년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은 2억2천260만t(이산화탄소 환산량)에서 2억3천70만t으로 늘어났다. 산업 부문에서 줄이지 못한 탄소 배출량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과 국제감축으로 벌충한다.

국제감축은 파리협정 6조에 따라 정부나 기업이 외국 탄소배출 감축 사업에 투자·지원해 감축 실적을 인정받는 것이다.

정부는 CCUS 기술과 국제감축을 통한 탄소감축 목표를 각각 1천120만t으로 기존(1천3만t)보다 900만t, 3천750만t으로 기존(3천350만t)보다 400만t 늘렸다. 이외엔 전환 부문 감축률을 45.9%로 44.4%에서 1.5%포인트 높인다.

전환 부문에서 2030년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이 1억4천990만t에서 1억4천590만t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2021년 기준 27.4%인 원자력발전 발전 비중을 2030년 32.4%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7.5%에서 '21.6%+α'로 높이기로 한 바 있다.

문제는 CCUS 기술과 국제감축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CCUS 기술은 완전히 상용화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용 '탄소 포집·저장'(CCS) 설비는 2021년 기준 세계에 65개에 그친다.

이 설비들에서 연간 포집·저장하는 탄소량은 4천만t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CCUS 기술 최선진국인 미국에 견줘 기술 수준이 80% 정도인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2025년까지 기술 수준을 미국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성공할지 미지수다.

CCUS 기술의 또 다른 단점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분야인 발전 분야에 적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발전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만, 배출되는 온실가스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4~17%로 '저농도'이다.

다른 산업 부문, 예컨대 수소나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70~95%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문제다.

현재는 메탄올과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요소 등 다른 화학물질로 변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콘크리트를 제조할 때 주입해 강도를 강화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다만 포집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평가된다.

국제감축은 CCUS 기술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상대국이 동의해야 하므로 우리가 확대하겠다고 확대할 수 없다.

국제감축과 관련해 18개 '우선 협력대상국'이 있는데 현재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베트남 1곳이고 이외에는 몽골과 '가협정'을 체결한 것이 전부다.

최근 국내기업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매립가스 발전시설' 건설사업에 참여하면서 유엔으로부터 온실가스 해외감축분을 인정받아 10년간 총 11t 규모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게 됐는데 환경부에 따르면 이는 '우리나라가 외국 친환경사업에 투자해서 온실가스 감축분을 인정받는 첫 사례'이다.

국제감축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앞서가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더구나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산업부와 환경부 등이 요구한 국제감축 사업 예산이 정부안에 60% 정도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제감축에 그다지 힘을 싣지 않는 것이다.

국제감축 예산은 올해 192억원으로 작년(58억원)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200억에도 못 미친다.

국제감축과 관련해서는 NDC를 설정하는 취지가 저탄소사회로 전환하는 것인데 역사적으로 기후변화를 덜 유발하고 지금도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도상국에 가서 친환경사업을 펼치며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상협 탄녹위 민간공동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CCUS 기술과 국제감축 관련 불확실성에 대해 "불확실성을 인정한다"라면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주어졌는데 지도는 없는 상황으로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감축과 관련해 "국내감축의 보조적 차원이 맞다"라면서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 경제국가들은 경제성장과 함께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은 "현재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가 120개 이상"이라면서 국제감축 수요는 충분하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파리협정에서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국제감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를 통해 각국이 제시한 NDC로는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 부족하다는 취지로 지적했는데 이번 정부 계획안에는 NDC 상향과 관련해선 아무런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IPCC 6차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95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부터 2035년까지 NDC를 수립하게 돼있다"라면서 "현재 기후위기 충격을 감안할 때 이에 부응하도록 NDC를 조정하고 맞춰가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과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