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천냥을 더 번다"…고객을 안달나게 하는 전략 [책마을]

소비자의 마음

멜리나 파머 지음
한진영 옮김|사람in
352쪽|1만8000원
행동경제학은 이제 식상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소비자의 마음>은 그 적용에 관한 책이다. 행동경제학 컨설팅 업체를 세워 운영 중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행동경제학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의 핵심은 우리 인간이 365일 24시간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 틈새를 노려 판매를 늘릴 수 있다.그중 하나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프레이밍 효과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효과다. ‘무지방 90% 소고기’와 ‘지방 10% 소고기’가 있을 때 사람들이 전자를 고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가 2017년 새로운 동네로 이사 갔을 때, 한 네일숍을 추천받았다. 가게 앞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2009년, 2010년, 2011년 사우스사운드 매거진에서 선정한 최고의 네일숍”. 저자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 이후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내리막을 걸었을까?’

2011년을 마지막으로 선정 작업이 중단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똑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면 더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구체적인 연도를 나열하지 않고 ‘사우스사운드 매거진에서 3년 연속 최고로 선정한 네일숍’이라고 하는 식이다. ‘저희 고객의 87%는 계약을 갱신합니다’라는 홍보 문구는 이대로 좋다. 그런데 ‘저희 고객의 78%는 계약을 갱신합니다’라는 문구는 표현을 고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10명 중 8명이라고 하면 좋다. 더 좋은 건 5명 4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저자는 “분모는 가능한 가장 작은 수를 쓰는 게 좋다”고 말한다.

기준점 편향은 상대방이 말하는 숫자에 생각이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남극대륙의 황제펭귄은 1만 마리보다 많을까, 적을까? 몇 마리나 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이 그런 예다.

슈퍼마켓에 이 기준점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마트 통로 입구에 2개의 진열대가 놓였다. 첫 번째 진열대는 ‘스니커즈 바, 여러 개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세요’란 문구를 달았다. 두 번째 진열대에 달린 문구는 ‘스니커즈 바, 18개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세요’였다. 판매량은 ‘18개’라고 숫자를 명시한 진열대가 38% 많았다. 저자는 사람들의 생각을 이렇게 풀어 설명해준다. ‘18개? 미쳤어? 다른 사람들은 그럴지 모르지만 나는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냥 6개만 사겠어.” 반면 ‘여러 개’란 문구 앞에서 사람들은 2~3개만을 집었다. 홍보 문구에서 ‘여러 개’라는 단어는 ‘0’이라는 숫자와 비슷한 뜻이란다.

스타벅스가 파는 ‘시즌 한정 음료’는 희소성을 노린 판촉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유니콘 프라푸치노’라는 음료가 있다. 5일 동안만 팔았다. 스타벅스가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이 나면서 이틀 만에 판매가 종료됐다.

이렇게 고객을 안달 나게 하는 단어들이 있다. ‘기간 한정’, ‘보증기간 연장’, ‘마지막 기회’ 같은 것들이다. 병원이나 마사지숍도 마찬가지다. ‘다음 주에는 가능한 시간이 한 타임밖에 없는데, 지금 예약하시겠어요?’라고 물으면 상대방은 불안해하면서 그 기회를 잡으려 한다. 군중심리도 장사하는 사람들이 활용해볼 수 있는 전략이다. 한 호텔에서 수건 재사용을 권하며 이렇게 표기했다. ‘75%의 손님이 수건을 재사용하셨습니다. 고객님도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재사용률이 그전보다 26% 늘었다고 한다.

이렇게 책은 실제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바로 응용해 적용할 수 있는 행동경제학 전략들을 담고 있다. 일반 독자도 소비자 입장에서 읽어볼 만하다. 그럴듯한 홍보 문구로 우리를 속이는 곳들이 많다. 그들의 전략을 파헤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