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규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대표 "CRO도 디지털 전환…코스닥 이전 상장 도전"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은 이제 이종(異種) 산업 간 융합을 통한 '초연결'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명에 '초대(invites)'의 의미가 담겼듯, 인바이츠 생태계는 다양한 회사들을 우리의 헬스케어 생태계로 초대할 것입니다.

신용규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대표(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는 임상시험수탁대행(CRO) 시장을 e-CRO를 통해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신 대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뉴레이크얼라이언스의 수장이기도 하다. 뉴레이크얼라이언스는 인바이츠 생태계의 대주주다. 인바이츠 생태계는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 뉴레이크얼라이언스가 함께 구축한 모델로 인바이츠바이오코아·헬스커넥트·인바이츠헬스케어·인바이츠지노믹스·프로카젠 등 5개 헬스케어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5개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협력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 의료 빅데이터, 유전체분석 서비스 및 e-CRO를 아우르는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신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1992년 외무고시를 통과하고 통상교섭본부에서 일했다. 국제무역기구(WTO)와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통상 협상을 했다. 1999년엔 공직을 내려놓고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와튼스쿨로 MBA를 떠났다. 돌아와서는 경영 컨설팅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AT커니 부사장, 딜로이트컨설팅 전무, 사모펀드 블랙스톤 한국법인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뉴레이크얼라이언스를 창업했다. 누적 투자 운용 규모는 1조원 수준이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분야는 헬스케어였다. 2013년 차병원그룹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HPMC병원에 투자하는 거래 경영에 참여했다. 2017년엔 선병원이 미국 수술병원인 헌팅턴비치 병원을 인수할 때도 참여했다. "가장 놀랐던 건 LA 주변에 바이오테크 회사들과 IT·헬스케어 회사들이 한데 모인 클러스터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단순히 바이오가 아니라 여러 산업군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모델이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었죠. 또 놀랐던 점은 병원의 밸류체인이 디지털화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단부터 처치, 수술, 재활까지 모두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었죠. 그렇다면 중요한 건 데이터겠죠. 데이터가 있어야 디지털이 힘을 발하니까요. 이런 생각을 갖고 판을 짜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인바이츠 생태계 내 각 회사들의 역할은 명확하다. 이를테면 SKT와의 조인트벤처(JV) 형태로 만들어진 인바이츠헬스케어는 모바일 앱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를 내놨다. SKT라는 든든한 지원군 덕분에 이용자들의 생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 서울대병원과의 JV인 헬스커넥트는 스마트병원 등에 쓰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업체다. 서울대병원과 협력을 통해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인바이츠바이오코아도 임상·유전체 데이터 확보에 강점을 지녔다.

유전체 데이터 연구개발(R&D) 사업을 하는 인바이츠지노믹스도 데이터 확보에 중점을 뒀다. 인바이츠 생태계는 이 회사를 통해서 '제주 지놈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제주도 주민 포함 5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해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 및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신 대표는 "이렇게 밸류체인을 두루 커버하는 생태계를 만들면 스케일업도 훨씬 쉬운 데다가 오픈이노베이션이 일어나기도 용이하다"며 "특정 연구를 하고 싶은 스타트업들이 생태계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룹' 같은 명칭이 아닌 '생태계'라는 용어를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인수를 통해 자회사 형태로 거느리는 형태가 아닌, 앞으로 소수지분 투자를 통해 유기적으로 회사를 연결하면서도 아메바처럼 생동성 있게 확장하는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 주요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병원 기업이 손잡은 프레제니우스-바메드가 대표적이다. 영국 유전체 분석 회사 지노믹스PLC와 미국 생명공학 회사 버텍스가 손잡은 사례도 있다. 신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CRO의 디지털 전환이다. 번거롭게 병원에 방문해 대면으로 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이를 위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도 마쳤다. 복약 방식이 VR·AR 기기나 웨어러블 게임 방식이 주를 이루는 디지털 치료제부터 e-CRO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생동성 시험 시장에서 선두권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넥스 상장사인 인바이츠바이오코아는 코스닥 이전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은 254억원, 영업이익은 42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매출은 약 25%, 영업이익은 86% 증가한 수치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