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수석 이코노미스트' 생기는 이유 [조미현의 BOK 워치]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에 '수석 이코노미스트(Chief Economist)'가 생깁니다.

한은은 지난 20일 경제연구원장 공개 모집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한은은 채용 공고에서 "경제연구원장은 우리 경제의 중장기 과제에 대한 심층 연구와 국내외 연구 교류를 담당하는 경제연구원을 통할하는 한편 한국은행의 Chief Economist(수석 이코노미스트)로서 은행의 전체적인 중장기 조사연구 방향 및 주제 설정, 부서 간 연구 조율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습니다.지원 자격으로는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한국은행,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의 근무경력(박사학위 취득 이후 근무경력에 한함)이 15년 이상인 자'로, 한은의 취업규칙상 만 60세 미만이 해당합니다. 특히 한은은 통화금융, 거시경제 등 중앙은행 관련 연구 분야의 전문가를 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처우는 한은의 임원인 부총재보급이며, 계약기간은 3년입니다. 접수기간은 다음달 5일까지입니다.

과거 한은에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있었습니다.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년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도가 도입됐는데요. 김 전 총재 퇴임 후 사라졌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 금융기구와 영국 중앙은행(BOE)에는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IMF를 예를 들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리비에 블랑샤르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석학이 거쳤다"며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경DB
한은에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다시 생기는 건 한은의 조직 개편과 맞물려 있습니다. 한은에서는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외자운용원 원장이 개방형 공모 대상이었는데요. 공모를 진행해도 외환보유액 운용 전문성과 책임성 등을 평가했을 때 내부 출신 인사가 적임자로 뽑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개방형 공모를 활성화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이창용 총재 취임 후 외자운용원 원장을 국장급으로 환원하고 내부에서 기용하기로 결정하는 대신 경제연구원장을 개방형 공모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 겁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도 도입에는 이 총재의 의지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총재 역시 2011~2013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습니다. 이후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옮기면서 한국인 최초로 IMF 고위직에 올랐습니다. 이 총재는 사석에서 한은 수석 이코노미스트 경험을 가지고 이후 국제사회와 한국에 기여할 인재가 오길 바란다는 기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