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명수' 공정, 3년내 설계·운영 국산화

수자원공사 '초순수' 확보 박차
내달 실증 플랜트서 웨이퍼 생산
삼성·하이닉스 공급망 안정 기대
반도체산업의 필수재이자 ‘생명수’로 불리는 초순수(初純水·ultra pure water) 공정이 국산화된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다음달부터 경북 구미 SK실트론 공장에 수자원공사 등 국내 기업의 기술로 조성된 ‘초순수 실증 플랜트’에서 웨이퍼 생산을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초순수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기판인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을 세척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이다. 세척액이 오염되면 초미세회로로 구성된 반도체 회로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초순수는 미생물 전해질 유기물 등 불순물을 거의 ‘제로(0)’ 상태로 제거하는 ‘극정제화’ 작업을 거쳐 생산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 참깨 한 알 크기의 불순물만 허용되는 수준이다.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장 공정이 7단계인 데 비해 초순수는 25개의 공정을 거친다. 이런 세밀하고 복잡한 공정 때문에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만 초순수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300㎜(12인치) 반도체 한 장을 생산하기 위해 약 7t이나 되는 초순수가 필요하다 보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장 단지마다 초순수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생산 공정 설계는 일본이, 소재·부품·장비는 다국적 기업이 독점 중이고 시공·운영 기술은 EU와 일본이 양분하고 있다.

2019년 한·일 간 무역갈등이 불거지고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초순수 확보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수자원공사는 초순수 생산 공정의 국산화가 절실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국산화 작업에 들어갔다.

수자원공사는 2021년 11월 구미 SK실트론 공장 내에 초순수 실증 플랜트를 준공했다. 외국산 장비를 활용한 1단계 플랜트에서는 지난해 12월 시운전이 시작됐다. 다음달부터 하루에 1200t의 초순수를 생산해 웨이퍼 생산에 사용한다. 올해 안에 국산 핵심 장비를 활용한 2단계 실증 플랜트를 준공하고, 2025년까지 초순수 설계·운영 기술 100%, 시공기술 및 핵심 기자재의 70%를 국산화한다.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월 SK실트론 공장을 방문해 초순수 공정 국산화를 격려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