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인권보고서 낸 美에 "제 눈에 들보나 잘 봐라"

'중대범죄자 기소율 낮다'는 미국 비판에 "거짓말쟁이들" 힐난
멕시코의 형사사법 행정과 인권운동가 등에 대한 대응 태도를 비판한 미국 정부 보고서에 대해 멕시코 대통령이 "그들은 거짓말쟁이들"이라고 비난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멕시코 오악사카주에서 연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날 공개된 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에 대해 "남의 눈에 티끌만 보고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한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살인, 고문, 유괴, 공갈, 인신매매, 뇌물, 협박 등 죄질 나쁜 중대 범죄를 나열하며 '범죄자에 대한 멕시코의 불처벌과 낮은 기소율이 우려될 만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경 지역과 공항 등지에서 조직범죄자나 경찰관이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에 대해 언어적 폭력을 가한다는 지적도 포함돼 있다. 미 국무부는 또 멕시코 내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에 대한 인신공격 또는 물리적 폭력도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며, "언론인과 활동가를 편향적으로 묘사하며 대놓고 불신하는" 대통령에게 그 원인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적시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완벽한 정치적 함의가 있는 문서로, (작성자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세계 정부라고 믿으며 변화하지 않고 있다.

이게 그들의 본성"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그러면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언급하며 미국의 '내로남불' 주요 사례라고 주장했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었던 첼시 매닝(개명 전 브래들리 매닝)이 2010년 빼낸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폭로했다.

그는 스웨덴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영국에서 스웨덴 송환 판결을 받자 2012년 영국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자 신분으로 도피 생활을 했고, 2019년 4월 법원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영국 경찰에 체포된 뒤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성범죄 혐의는 철회됐다.

미국은 2019년 방첩법 위반 등 18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송환 관련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어산지를 향해선 그렇게 하면서 (미국이) 저널리즘이나 자유 또는 반폭력에 관해 이야기하느냐"고 따져 물은 뒤 "마약 펜타닐만 해도, 자국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해를 끼치는 데도 미국 내 밀매업자들을 활동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맹공했다.

미국을 향한 멕시코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는 최근 연일 드러나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인 납치·살해 사건 이후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등해진 '미군 개입 필요성' 논란에 대해 강한 어조로 거부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마약단속국(DEA) 등 미국 요원들의 멕시코 내 '잠입 활동' 가능성을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