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구속 기소…'릴레이 재판' 본격화

대장동 개발 관련 4895억 배임
위례 개발서도 민간업자 이익 도와
성남FC엔 133억 제3자 뇌물 적용

대북송금·백현동·정자동 등도 대기
동시다발 수사로 재판 더 늘어날 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백현동 비리 의혹과 관련해 허위발언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차에 법정에서 진실 공방을 벌여야할 사건들이 추가됐다. 검찰이 불법 대북 송금,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등 이 대표가 연루된 다른 사건들의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 대표가 출석해야할 재판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22일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한 달여만이다. 검찰의 신병 확보 시도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현실화하진 못했다. 검찰은 그 후 보강수사를 하며 이 대표 기소를 준비해왔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일당’을 개발 시행자로 선정해 7886억원의 이익을 얻게 하고, 민간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장인 이 대표가 제1공단 공원화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민간업자들에게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비율 축소, 서판교 터널 개통 등 각종 특혜를 몰아줘 이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결정은 성남시가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개발과정에선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가 시행사, 호반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도록 해 이들이 211억원의 이익을 내도록 도왔다는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받는다. 성남FC 사건에선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에 성남FC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내도록 하고 그 대가로 건축 인허가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는 혐의(특가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가 적용됐다.

이 대표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대장동 수익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부정처사 후 수뢰)과 그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이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정치자금법 위반)은 이번 기소에서 혐의로 다뤄지지 않았다. 구속영장 청구 때도 혐의 목록에서 제외됐던 의혹들이다. 다만 검찰이 강하게 진상 규명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보강 수사를 거쳐 나중에 이들 의혹을 가지고도 이 대표를 기소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평가다.법조계에선 이번 기소를 신호탄으로 이 대표의 ‘릴레이 재판’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3일부터 대장동·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2차 공판에도 출석했다. 다음 재판은 31일로 예정돼있다. 앞으로는 위례·대장동과 성남FC 사건을 두고도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한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던 전형수 씨(64)가 최근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면서 성남FC 사건에서 더욱 강한 진상 규명 압박을 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씨는 검찰이 지난달 청구한 이 대표 구속영장에 23차례 거론하며 이 대표의 공범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구속영장에서 전씨는 성남시 행정기획국장 시절 네이버 관계자들과 만나 성남FC 후원금 지급방식 등을 논의한 실무자로 언급됐다.

이 대표는 이외에도 여러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동시다발적 수사를 받고 있다.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이 최근 고강도 수사가 벌어지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지난 21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더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추가 기소했다. 수사팀은 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측에 800만달러를 몰래 건네는 과정에 이 전 부지사가 깊게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북측에 보낸 돈 중 500만달러는 북한 스마트팜 조성비, 300만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비로 봤다. 해당 내용을 진술한 김성태 전 회장 등 쌍방울그룹 관계자들을 줄줄이 기소한 후에도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검찰은 백현동 개발비리,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사건 수사에도 힘을 싣고 있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 확보가 끝나는대로 이 사건들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진성/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