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년간 '잘못 매긴 세금' 7.7조… 국세청 패소 8년만 최대
입력
수정
지난해 조세불복 행정소송서
국세청 패소율 8년만 최고
100억 이상 고액 사건은
절반이 국세청 과세 오류
세금 적게 매기면 감사 대상
무리하게 부과 땐 불이익 없어
5년 간 징계 건수 0건
국세청, 부실과세 대책 마련해야

관할 국세청은 장외거래 시세(3만2000원)로 거래액을 산정한 뒤 법인세 등 세금 353억원을 고지했다. 납득이 안 갔던 A사는 같은해 12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하지만 2년 뒤 기각됐고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끝에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서 353억 중 319억원에 대해 부과 처분 최소 결정을 받았다.
되돌려준 세금, 지난해만 1조
최근 5년 간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잘못 부과해 되돌려준 세금(불복 환급금)이 7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세청의 조세불복 소송 패소율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단 때리고 보자’는 과세당국의 징세편의주의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과세 오류로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돌려준 세금은 1조1214원으로 집계됐다. 행정소송(법원) 패소로 결정된 환급액 5747억원에다 조세심판원의 심판 결과에 따른 환급액 5467억원을 더한 액수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인정된 불복 환급금은 7조7658억원에 달한다.
과세 오류에도 '솜방망이 처벌'
이처럼 납세자의 조세 불복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과세 당국에 뿌리 깊게 박힌 ‘징세 편의주의’와 관련이 깊다. 세금을 적게 부과하면 감사원에서 감사를 받지만, 세금을 무리하게 부과하다 오류가 났을 때는 불이익이 적기 때문이다.인사 조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조세불복 사건에서 귀책이 인정된 국세청 직원은 415명이다. 이중 징계 대상자는 0명이다. 인사경고 8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고·주의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100억 이상은 절반이 패소
최근에는 고액 과세 사건에서 오류가 잦다. 지난해 과세액 100억원 이상 사건에서 국세청 패소율은 절반(50%)에 달했다. 2020년(30.8%)과 2021년(23.4%)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급증했다. 10억원 미만(8.7%), 10억~50억원 미만(21.7%), 50억~100억원 미만(21.2%)과 비교해도 패소율이 월등히 높다.소송이 잦다 보니 국세청이 쓰는 법률 비용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조세불복 소송과 관련해 쓴 법률비용은 42억1200만원으로 전년(26억6700만원) 대비 1.6배 늘었다. 2018년부터 5년 간 쓴 비용을 다 합치면 170억55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변호사 선임료를 비롯해 납세자(원고)에게 배상한 소송비 등이 보함된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은 "국세청 외부 기관의 조세심판 기능과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며 "과세당국 내부에서도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과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이나 신종거래 과세는 철저한 사전검증을 거치고 있고, 법해석 다툼이 치열해 최종 판결이 필요한 사건이 대부분"이라며 "과세품질평가 하위직원에 대해 성과금 감액 등으로 책임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