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하이브리드 채권 잔액 38조원…"CS사태 가능성 낮아"

재무 건전성 높아 상각요건 발생 어려워…"코코본드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AT1) 전액 상각 사태로 시장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국내 은행의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잔액이 3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국내 은행의 재무 상태나 상각 발생 요건 등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제2의 CS 코코본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진단했다.

22일 KB증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은행·보험·증권·금융지주 등 국내 기관들이 발행한 하이브리드 채권 잔액은 총 67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종자본증권이 25조1천억원(63%), 후순위채는 42조5천억원(37%)이다. 이 가운데 국내 은행의 발행 잔액은 전체의 56.1%인 37조9천억원 규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5조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여기에 일반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까지 합치면 작년 발행 총액은 6조4천억원대에 달했다. 이번 CS 사태로 하이브리드 채권 시장의 투자자들이 술렁이고 있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국내 발생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와 유럽의 신종자본증권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코코본드 상각 가능성은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즉 국내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경영개선명령'을 받아야 상각 조건이 충족되는데 이럴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금융감독원의 은행업감독규정 등 관계법령에 따르면 부실금융기관 지정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야 하고, 경영개선명령은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이 2% 미만으로 하락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국내 코코본드 발행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자기자본이 24조∼32조원 규모"라며 "(상각 발생 사유가) 국내 은행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이와 맞먹는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야 한다"며 "국내 시중은행의 BIS 총자본비율도 16% 이상에 달해 2%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현재 시점에서는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CS 신종자본증권 전액 상각 처리 결정은 국내 기관들이 발행한 하이브리드 채권에 대해서도 불안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기관 중 코코본드 발행 잔액 비중이 높은 국내은행의 자본적정성 지표를 감안할 때 (상각을 발생시키는) 이벤트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코코본드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강승연 DS투자증권은 "AT1으로 자본조달한 비율이 높은 은행 및 동종 채권에 대한 보유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AT1채권 비중이 높은 은행이나 고금리 크레디트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이번 사태가 은행들의 자금조달 방식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CS의 UBS 편입 과정에서 코코본드 처리와 관련해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들이 존재하고 향후 소송전과 관련 이슈들도 존재한다"며 "코코본드라는 조달 방식의 안정성이 훼손된 만큼 향후 은행들의 자금조달 관련 방법론적 고민과 비용 부담이 심화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은행의 자본을 보강하기 위해 발행되는 조건부 채권이다. 기본 성격은 채권이지만 은행의 자본 비율이 미리 정한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자본으로 성격이 바뀌며 전액 또는 일부가 상각 처리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