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담화 나선 佛 마크롱 "연금개혁 불가피, 연내 시행"

법안 강행 후 전역서 시위 격화
침묵하던 마크롱, 직접 설득 나서
"단기적 여론보단 국익 택할 것"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연금개혁은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말까지 연금개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TV 생방송으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단기적인 여론과 국가 이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국익을 선택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내가 이 개혁을 즐긴다고 보는가. 결코 아니다”며 “이 개혁은 꼭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기업이 노동자들과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가 정년 연장 등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법안을 관철시키자 프랑스 전역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가 확산하자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에 나선 것은 2022년 대선 캠페인 후 처음이다.

프랑스 현지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밤새 파리에서 발생한 화재는 240건을 넘어섰다. 경찰이 체포한 과격 시위자 등은 234명에 달했다. 프랑스 전국을 기준으로 경찰이 체포한 사람은 287명이었다. 하원에서 야당이 제출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와 내각을 겨냥한 불신임안이 근소한 차이로 부결됨에 따라 연금개혁법이 통과되자 시민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파리 시민은 주로 보빙 광장에 모여들었다.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한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의원들도 광장에 나와 시위대열에 합류했다. 경찰이 보빙 광장의 인파를 해산하려 하자 파리 다른 곳에서도 밤늦게까지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오페라 광장 근처 길거리에 쌓인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파리시청 인근, 바스티유 광장 등에서도 시위대가 불을 지르거나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가스 등을 꺼내들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전국에서 신고하지 않고 열린 시위가 1200건에 달한다”며 “이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94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를 열고 정부가 의회 표결 절차를 건너뛰는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을 이용해 연금개혁을 강행했다. 62세인 정년을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고, 연금을 100% 받기 위한 기여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게 핵심 내용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