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의식했나…'곰돌이 푸' 공포영화, 홍콩서 돌연 상영 취소

앞서 2013년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곰돌이 푸'와 그의 호랑이 친구 '티거'와 닮았다며 일부 누리꾼들이 풍자하자 논란이 일었다. /사진=트위터 캡쳐
영국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홍콩에서 개봉을 앞두고 지난 21일 상영이 돌연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곰돌이 푸: 피와 꿀'의 홍콩 상영을 기획한 무비매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술적 이유로 상영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이 영화의 홍콩 배급사와 홍콩 정부는 상영 취소와 관련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바로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라이 프레이크 워터필드는 "하루 사이에 돌연 취소되는 결정이 났다"며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4000개가 넘는 영화관에서 상영됐는데, 홍콩에서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곰돌이 푸' 캐릭터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닮았다는 목소리가 여럿 나오자, 중국 당국이 해당 캐릭터를 검열 대상으로 삼은 전례가 있어서다.앞서 2013년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곰돌이 푸'와 그의 호랑이 친구 '티거'와 닮았다며 일부 누리꾼들이 풍자하면서 중국 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같은 해 중국 SNS에선 곰돌이 푸와 관련된 콘텐츠가 삭제되기 시작했다. 2017년 당대회를 앞두고는 관련 단어 검색 기능이 차단됐으며, 2018년에는 크리스토퍼 로빈 원작의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중국 상영이 불허되기도 했다.

아울러 홍콩에서는 2021년 국가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지지하거나 미화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미 상영 허가를 받은 영화더라도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한편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캐릭터 곰돌이 푸를 연쇄살인마로 설정한 작품이다. 지난해 1월 원작의 저작권이 만료되고 캐릭터의 상업적 사용이 허가되면서 만들어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