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사태에…국내 코코본드 발행도 위축되나

금융사, 불똥 튈까 '노심초사'

자본성증권 잔액 67.6조원
코코본드 등 신종자본증권이
25.1조원으로 37% 차지

투자자들 심리 악화 가능성
"주식보다 채권 먼저 상각 위험"

금융사, 차환 계획 차질 우려
전문가 "발행규모 축소 불가피"
▶마켓인사이트 3월 22일 오후 3시37분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170억달러(약 22조원)에 달하는 코코본드(상각형 신종자본증권)가 전액 상각되면서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보험사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코본드와 비상각형(일반형) 신종자본증권을 합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등 채권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성 증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회사들은 주주총회에서 작년 사업보고서를 승인받은 뒤 다음달부터 속속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려고 했지만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발행 시기를 늦추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꼬이나

22일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자본성 증권은 지난 21일 현재 67조6000억원에 달한다. 신종자본증권이 25조1000억원, 후순위채가 42조5000억원이다. 문제는 CS 사태로 주식보다 채권이 먼저 상각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국내 자본성 증권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는 CS 사태 이후 “코코본드 수요가 영구적으로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을 정도로, 국제 채권시장에서 코코본드 등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자본성 증권을 가장 많이 발행한 곳은 은행권이다. 은행들의 자본성 증권 발행 총액은 37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56.1%를 차지한다.국내 은행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해외에 비해 우려가 덜한 편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는 상각 트리거(발동) 조건이 덜 위협적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CS가 발행한 코코본드는 연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7%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등이 상각 트리거 조건이다. 하지만 국내 코코본드는 은행이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되는 경우 상각된다. 부실금융회사 지정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거나 채권 지급, 차입금 상환이 정지된 경우 등에 적용된다. 한국신용평가는 “금융위원회나 예금보험공사는 통상 적기시정조치 등 사전 부실 징후에 대한 조치 없이 즉각적으로 부실금융회사로 지정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한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종자본증권은 기관투자가보다는 개인(리테일) 투자자가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CS 사태로 개인들이 투자를 꺼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도 될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사장은 “단기적으로 국내 은행들의 코코본드 상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지만 CS 사태로 코코본드를 포함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사도 비상

보험사들은 더 다급해진 상황이다. 보험사들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매수청구권) 만기가 올해 대거 도래하기 때문이다. 통상 신종자본증권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사들은 첫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보통 발행 후 5년)에 조기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으면 지난해 11월 ‘흥국생명 사태’처럼 시장에 큰 혼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만기 도래액은 올 2분기 2조1132억원에 달한다. 올해 전체 만기 금액(4조371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한 증권사 채권발행시장(DCM) 관계자는 “올 2분기에 여러 보험사가 차환 발행에 나서야 하는데 신종자본증권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발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