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사람냄새 나는 골목길, 그 속에서 미소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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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막내를 업고 가던 소녀와 동생들은 셔터 소리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 동생은 카메라가 궁금한 듯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렌즈를 바라본다. ‘골목 사진가’ 김기찬(1938~2005)이 1976년 서울 중림동에서 찍은 장면(사진)이다. 김기찬은 1968년부터 30여 년 동안 서울 중림동, 행촌동 등의 골목길 풍경을 흑백으로 담았다. 이 동네들은 허름한 주택이 좁은 골목으로 연결된, 서울의 대표적 서민 주거지였다.
30년간 골목풍경 담은 김기찬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보통 ‘가난’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김기찬은 달랐다. 강아지를 아이처럼 등에 업은 소녀, 트럼펫을 부는 아버지와 그 곁에서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있는 어린 아들, 낡은 칠판 앞에서 동네 아이들에게 덧셈을 가르치는 소녀 등 보는 사람이 미소를 짓게 하는 사진을 찍었다. 풍요롭진 않지만 행복과 사랑을 나누려고 했던 골목 안 사람들을 담은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을 뭉클하게 한다.김기찬이 남긴 여섯 권의 사진집과 1만여 장의 사진 가운데 대표작을 추린 <골목안 풍경>이 최근 출간됐다. 또한 서울 관훈동 갤러리인덱스가 그중 30점으로 사진전을 시작했다. 작가 사후 갤러리에서 열리는 첫 전시로 4월 3일까지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