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논란에…정부 '포괄임금제 폐지' 카드까지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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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유연화 보완 대책으로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 추진에 따른 보완 대책으로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입법을 통한 제도 폐지도 검토 대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마련한 근로시간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를 유발해 건강권 악화, 휴식권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청년층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내달초 근로 기록·관리방안 발표
이정식 장관 "폐지 쪽으로 가닥"
시간 산정 힘든 직군은 대안 없어
경총 "노사합의 실효성 인정해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2일 “포괄임금제 오남용 문제 해결을 위한 근로시간 기록·관리 방안을 이르면 다음달 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유럽처럼 근로시간 기록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안을 통해 포괄임금 약정 방식을 실근로시간에 따른 수당 지급 방식으로 대체해나간다는 방침이다.정부는 포괄임금제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사진)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지 못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폐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장관은 포괄임금제 폐지와 관련해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검토 방안의 하나로 언급했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기본급과 가산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액의 임금으로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체결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사실상 포괄임금제 폐지를 입법화하는 법안이다.
포괄임금제는 실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정액’으로 연장근로 수당 등을 지급하는 임금 체계다. 법에서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법원 판례에서는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이 모호하거나 실근로시간 측정이 곤란한 버스 운전기사, 아파트 경비원 등을 대상으로 한 포괄임금제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생산직 등 직군에서도 사용자 측이 연장근로 수당 등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가 주로 종사하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 많이 활용되면서 MZ노조를 중심으로 오남용 근절을 요구하고 있다.다만 근로시간 산정이 모호한 직군에서는 포괄임금제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통해 적법하게 체결한 포괄임금제까지 일괄적으로 막는 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100대 국정과제’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포괄임금제 오남용은 임금체불의 문제이지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는 무관하다”며 “포괄임금제는 노사합의로 도입된 제도이므로 그 실효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