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 한국어로 번역, 상상도 못해…이것이 문학의 힘"

'佛 공쿠르상' 사르 작가, 방한
“문학이 지닌 힘은 사람끼리의 지리적·문화적 거리를 없애준다는 것이죠.”

세네갈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소설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사진)는 22일 서울 서교동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 책이 한국어로 번역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프랑스의 공쿠르상은 노벨문학상, 부커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다. 사르 작가는 2021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흑인 소설가로선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수상작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은 지난해 엘리출판사를 통해 국내 출간됐다.

소설에서 그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 흑인 작가의 시선으로 문단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했다. 프랑스 문단의 민낯을 꼬집은 작품이 프랑스 대표 문학상을 받은 것이다. 이런 역설에 대해 사르 작가는 “공쿠르상 수상은 나한테 복수가 아니다”며 “작품은 프랑스 문단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어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언어기도 하다”며 “흑인 작가 수상자로서 프랑스어권 문학에 관심을 둔 젊은 작가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번에 한국을 처음 찾은 건 23일 한국 학생들과 공쿠르상, 그리고 프랑스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지난해 9월 국제 공쿠르상의 서른 번째 가입국이 됐다.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직전 해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 네 작품 중 국제 공쿠르상 수상작을 결정한다. 그는 “열정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학생들의 모습이 기대된다”며 “한국 학생들이 프랑스어로 프랑스 문학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사르 작가는 “방한 일정이 짧아 아쉽지만 한강 가까이에 가보고 싶고, 서울 야경도 궁금하다”며 “밤의 도시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