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의혹, 우여곡절 끝 4년9개월만에 '제3자 뇌물' 결론 기소

경찰, 당초 '무혐의' 처분…고발인 이의 신청에 경찰·검찰 재수사
재수사 결정 과정서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 '수사 무마' 의혹도
검찰, 관련 기업 수사 계속…박 지청장 의혹 수사도 본격화 전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검찰 수사가 고발된 지 4년 9개월만인 22일 일단락됐다.최초 고발을 접수한 경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됐던 이 사건은 고발인의 이의제기로 검찰로 넘어가면서 새국면을 맞았다.

전 성남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과 당시 수사를 맡았던 차장검사의 사직 등 우여곡절 끝에 수사기관은 이 대표에게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최종 결론냈다.
◇ 경찰, 고발 3년 3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압수수색 없이 서면조사만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서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현대백화점, 농협은행, 알파돔시티 등 7개 기업으로부터 각종 인허가 등을 대가로 18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바른미래당 등은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사건을 맡은 경기 분당경찰서는 공소시효가 있는 다른 사건을 먼저 수사한다는 이유로 3년만인 2021년 6월경 이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이 대표가 이에 응하지 않아 서면 조사만 진행했다.

당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결국 같은 해 9월 피고발인(이 대표)과 성남FC, 기업 등 3자 사이에 뇌물죄가 성립되는지 면밀히 수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 성남지청장 수사 묵살 의혹…경찰, 재수사해 제3자 뇌물 혐의 적용
경찰 처분에 고발인이 즉각 이의 신청을 하면서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 여부 재검토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박은정(사법연수원 29기) 당시 성남지청장이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수사팀의 요청을 여러 차례 반려하는 등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박하영(31기) 당시 차장검사는 박 지청장에게 재수사 혹은 보완 수사 요구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22년 1월 사의를 표했다.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한편, 성남지청은 사건을 경찰로 보내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기남부청은 이 대표가 고발된 지 4년 3개월 만인 2022년 9월 이 대표와 두산건설 사이에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 검찰, 직접 압수수색 등 수사 범위 확대…이재명 대표 소환조사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곧바로 두산건설과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뒤 경찰이 혐의 없다고 판단한 네이버와 차병원 등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기업 대표 등 뇌물 의혹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2022년 10월 뇌물공여 혐의로 두산건설 대표와 뇌물수수 혐의로 성남시 전 전략추진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는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들을 재판에 넘긴 첫 사례였다.

수사 막바지에 이른 검찰은 이 대표에게 2022년 12월 28일 조사를 위한 출석을 통보했으나, 이 대표는 일정을 이유로 올 1월 10일 성남지청에 출석해 1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그가 미리 준비한 서면 진술서에는 기업이 지급한 돈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 계약에 따른 광고비이며, 두산그룹의 병원 부지를 용도변경 해준 것은 공익을 위한 적법한 행정이라는 점, 구단의 광고 영업에 관여한 바 없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지청은 이날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뇌물공여 혐의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김진희 전 네이버I&S 대표이사, 이재경 전 두산건설 부회장도 불구속 기소했다.검찰은 후원금 의혹에 연루된 현대백화점, 농협, 알파돔시티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수사 무마 의혹 당사자인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도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