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구금되며 10명에 짓눌린 男,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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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보 7명·의료진 3명, 2급 살인 혐의로 기소한 흑인 남성이 미국의 한 정신병원에 구금되던 중 경찰에 짓눌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 검찰은 수감 중이던 어보 오티에노(28)가 지난 6일 한 주립 정신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병원 직원 등에 의해 바닥에 짓눌려 숨졌다고 밝혔다.대배심은 체포된 보안관보 7명, 의료진 3명 등 총 10명을 오티에노에 대한 2급 살인 혐의로 지난 21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을 맡은 앤 카벨 바스커빌 검사는 오티에노가 숨지기 전 마지막 순간이 담긴 병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오티에노가 수갑과 족쇄를 찬 채 보안관보 여러 명에 의해 병원 입원실로 끌려가는 것과 의료진들이 그 뒤를 따르는 장면 등이 담겼다.보안관보가 그를 제압하는 동안 의료진은 지켜보고 있었고, 일부 의료진만이 이를 도우려 움직였다. 8~10명 정도가 오티에노를 강하게 제압했고 일부는 다리를, 다른 몇 명은 상체를 잡고 그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이들은 상의를 탈의한 상태로 수갑과 족쇄를 착용하고 있던 오티에노를 바닥으로 짓누르기도 했다. 그는 이 상태로 약 11분 동안 제압당했다.
이후 오티에노의 움직임이 없자, 보안관보와 의료진들은 뒤로 물러났으며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의료진이 응급 처치하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오티에노 유족의 변호인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던 그에게 과도한 무력만 가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병원 측은 "오티에노가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 제압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검찰은 예비 부검 결과를 토대로 그의 사인을 과잉 진압으로 인한 질식사로 판단했다.
현재 보안관보 7명은 행정 휴가 조치를 받았으며, 2명은 보석으로 풀려나고 나머지는 구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병원 직원 3명을 감옥으로 이송해 보석 없이 구금 중"이라며 "오티에노의 사망과 관련, 추가 혐의를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앞서 오티에노는 지난 3일 절도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 뒤 '긴급 보호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이는 용의자가 정신질환으로 본인이나 타인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조치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