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뛴다" 55만명 역대 최대…5년만에 12만명 증가

사진=뉴스1
지난해 투잡(부업)을 뛴 사람이 54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가장)’ 투잡족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와 고물가가 계속되자 부업을 통해 소득을 늘리려는 근로자들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업 외 부업을 뛴 적이 있는 ‘부업자’는 전년 대비 4만명(7.9%)이 늘어난 54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숫자다.부업자는 2017년 41만9000명, 2018년 43만3000명, 2019년 47만3000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44만7000명으로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씩 완화되면서 2021년 50만 6000명으로 처음으로 50만 명대 돌파했고, 지난해 54만 6000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5년 새 부업자가 무려 12만7000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가장)인 부업자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2017년 28만8000명이던 가구주 부업자는 지난해 36만6000명으로 9만8000명(36.6%) 급증했다. 전체 부업자 중 가구주 부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64.0%에서 2022년 67.0%로 3.0% 포인트 증가했다.증가폭은 고령층과 20~30대에서 컸다. 60대 부업자 수는 7만9000명에서 12만8000명으로 4만9000명(62.0%)이 증가했고, 20~30대 부업자도 2017년 7만9000명에서 지난해 10만8000명으로 36.7%인 2만9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전경련(단위: 만명)
전경련 관계자는 “고령층은 주로 단기‧시간제 위주의 저소득 일자리에 종사하며 부업을 통해 생계 소득을 보충하고, 청년층은 접근성이 높은 비대면‧플랫폼 일자리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추가 소득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업을 찾는 취업자의 비중이 높은 업종(주된 일자리의 업종)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16.0%), 도소매업(11.8%),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9.7%), 숙박 및 음식점업(7.8%), 건설업(7.6%) 순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부업자는 2017년 3만 6000명에서 지난해 5만 6000명으로 가장 큰 증가폭(55.6%)을 보였다. 반면 제조업에서는 2017년 3만 3000명에서 3만 2000명으로 3.2% 감소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 측은 “저소득 시간제 취업자가 다수 포진한 산업에서 부업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조업에서는 경기침체로 전체 일자리가 감소 추세에 들어가면서 부업자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가구주 부업자의 증가는 1인 가구 증가의 영향도 있겠지만, 생계형 투잡도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라며 “소득을 늘리기 위해 ‘셀프 연장근로’를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임도원/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