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1박 200만원인데 빈방이 없다"…일본 여행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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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4월 초 일본 숙박비 수백만원 호가대기업 직장인 김모 씨(36) 가족은 3월 마지막 주말에 가족들과 일본으로 벚꽃 구경을 떠난다. 두어달 전 항공권과 호텔 등을 예약했지만 종전보다 비용이 2배 넘게 들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가족끼리 떠나는 벚꽃 여행을 특별한 곳에서 보내고 싶어 일본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한국인 여행객 많아…대부분 벚꽃여행 수요
김 씨는 “제주나 경남 진해 같은 국내 벚꽃 여행지도 있지만 그동안 해외여행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일본으로 가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여행 제한이 해제되고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의 벚꽃 시즌을 앞두고 일본행을 택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현지 대도시 호텔들은 하룻밤에 숙박비가 수백만 원까지 치솟는 등 과열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2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3월 말~4월 초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대도시 숙박업소는 대부분 예약이 끝나거나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 통상 주말 대비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4~5배 수준까지 값이 뛰었다.
유명 숙박 예약플랫폼을 보면 주말 1박 가격이 80만원 안팎인 도쿄의 한 호텔은 비용 200만원(디럭스룸·스탠더드룸 등 일반 객실 기준)을 불렀다. 이마저도 방이 거의 남지 않아 1박에 300만~400만원을 호가하는 스위트룸을 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일본 현지나 인근 대만·중국 등에서도 오지만 특히 한국에서 가는 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여행시장에서 '일본행 광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반일 감정이 격해지며 벌어진 '노재팬 운동'도 옛말이 된 분위기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외국인 147만5300명 중 한국인이 38.5%(56만8600명)로 가장 많았다. 2위 타이완(24만8500명)의 갑절 이상이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이뤄진 2019년 12월에 한국인 24만7959명이 일본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뛰었다.이달 중순 일본 여행을 다녀온 대학원생 강모 씨(28)도 "주요 일본 관광지를 돌아봤는데 체감상 한국인이 현지인보다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였다"며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관광 상품이나 식당 등이 합리적인 가격대가 많아 일본 여행의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항공권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벌써 6월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 항공권까지 동 났다. 후쿠오카 항공권 가격의 '마의 저항선'이라 불리던 '53만원) 라인'도 뚫렸다. 대부분 1~2월 일본행 왕복 항공권은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30만원대에 형성됐지, 3월 말~4월 초엔 적게는 50만원대, 많게는 70만원을 넘기는 분위기다.
수요가 몰리다 보니 일부 LCC 가격과 대형 항공사의 가격이 역전되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저비용항공 노선을 중심으로 금요일 밤 늦은 시간대에 한국을 출발해 일요일 밤 늦은 시간에 일본을 출발하는 코스를 선보이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무박2일 투어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5월까지 벚꽃 여행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