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노총'이 꿰찬 정부委…MZ노조 참여시켜 노동개혁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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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부터 독점 깬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999년 이후 24년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옛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해왔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는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경사노위법 개정이 실현되면 양대 노총의 위원회 독식 구조를 타파하는 것은 물론, 경사노위가 합의기구의 지위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양대 노총에 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청년·여성·비정규직 노조가 참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노총·민노총 독식구조 타파
양노총, 핵심 정부위 21곳 포진
국가정책 전반에 과도한 영향력
노조 조직률은 14.2%에 불과
전체 근로자 입장 대변 어려워
근로자 86% 목소리 담는다
경사노위 근로자 위원 몫 5명
법 개정해 비노조도 참여 기회
與, 他정부위도 '독식 차단' 추진
○노사정 협의 기능 되살리나
경사노위는 1998년 노사정위원회란 이름으로 출범한 사회적 대화 기구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국가의 고용노동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역할을 했다.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현재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노총 출신인 문성현 위원장을 임명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그간 경사노위가 노동 현안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소극적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집권 초 여당에서 노사정 대화 무용론, 경사노위 폐지론까지 대두됐다”며 “어차피 민주노총은 안 들어오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반대만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했다.
법이 개정되면 MZ노조나 비정규직 근로자 대표가 경사노위에 참여해 정부 및 경영계를 상대로 주요 노동 현안 관련 사회적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경사노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추천권자가 전국 규모 총연합단체로 돼 있는 까닭에 양대 노총이 위원 추천권을 독점하고 있다”며 “이들이 대표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는 국회 다수를 점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돌파할 명분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양대 노총 위원장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등 공조를 강화하고 있어 이들의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데 부정적이다. 하지만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법안을 개정하면 반대할 명분이 줄어든다.
○“양대 노총의 위원회 독점 타파”
양대 노총은 경사노위 이외에도 정부 위원회 곳곳에 참여해 국가 정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정부 위원회(행정·자문위원회) 636곳 중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21곳이다.이 중에는 노동 현안과 연관성이 낮은 위원회도 많다. 89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기금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가 대표적이다. 위원 20명 중 3명이 양대 노총 소속이다.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심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에도 양대 노총 소속 위원 2명이 참여하고 있다.이런 노조의 정부 위원회 참여는 개별법이나 시행령에 따라 보장된다. 위원 구성 조건에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 ‘근로자 대표가 추천하는 위원’ 등의 조항을 넣는 식이다. 이는 노동계 의견을 국가 주요 정책에 반영한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할당된 근로자 대표 몫을 대부분 양대 노총이 독점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근로자 대비 노조 가입률은 14.2%에 그친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조 조직률은 0.2% 수준이다.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양대 노총이 전체 근로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86%의 목소리가 직접 투입될 기회를 늘리는 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이에 여당은 경사노위를 시작으로 다른 위원회에서도 양대 노총의 독식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경사노위법은 다른 위원회의 근거 법과 달리 근로자 위원 조건을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 대표’로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양대 노총의 위원회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개별법을 하나하나 고쳐야 해 제도 보완이 쉽지 않다”며 “이에 상징성이 큰 경사노위부터 법 개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길성/곽용희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