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엘리자베스 홈즈'로 끝난 권도형…그는 누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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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고에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졸업.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인턴 근무. 핀테크 창업."
한때 '코인업계의 일론머스크'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싱가포르와 두바이를 거쳐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이력이다. 전형적인 엘리트지만 '루나는 사기에 불과하다", "테라의 가치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제학자 지적과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의 경고에도 그는 이를 계속 무시했다. "루나는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게 그가 고집해온 주장이었다.루나 붕괴 이후 1년 만에 그의 송환을 두고 각국 수사당국이 경쟁을 벌이는 처지가 됐다. 한국 검찰이 자본시장법 혐의로 수사 중일 뿐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사기 등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으며, 체포 당일 미국 뉴욕 연방검찰도 사기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스탠퍼드대 출신의 엘리트로 '피 몇 방울로도 암·당뇨 등을 진단할 수 있다'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가 처벌받은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와 판박이라는 분석이다. 홈즈 역시도 독선적인 경영으로 내부 실험결과를 조작한 것이 들통나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이다.
문제의 테라폼랩스는 2018년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공동 설립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은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했다고 주장한 결제시스템 '차이'를 만든 결제회사다. 권 대표는 차이의 이사로 있다가 루나가 폭락하자 해임됐다.SEC의 조사 결과 차이는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루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이같은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다녔다는 게 SEC 판단이다. 미국 SEC와 뉴욕 검찰이 사기 혐의를 적용한 이유 중 하나다. 신 전 대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이며, 테라폼랩스의 초기 멤버였던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권 대표와 함께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
권 대표는 2018년 루나와 테라를 개발하면서 테라폼랩스 직원들에게 대량으로 배포했다. 2019년에는 암호화폐 투자사인 해시드와 국내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투자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 등 초기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루나에 대한 투자를 유치했다. 루나가 오르자 해시드 등은 루나를 지속적으로 매각하며 많게는 수천억원대 차익을 거뒀다. 물론 세금은 없었다.
루나를 개발한 2018년 권 대표는 싱가포르에 유령회사이자 모회사인 테라싱가포르를 설립했다. 8월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테라싱가포르의 자회사인 테라버진을 설립하면서 테라싱가포르를 모회사로, 테라버진과 한국 테라폼랩스를 자회사로 둔 지배구조를 형성했다.이렇게 권 대표는 싱가포르에 명목상 테라폼랩스 모회사를 꾸리면서 ICO를 금지한 한국 정부의 규제와 과세, 자금세탁 문제를 모두 피해갔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권 대표는 2018년부터 이미 테라버진을 통해 작년 5월 폭락 직전까지도 시가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지속적으로 빼냈다. 국세청은 2019년 테라폼랩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5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상태다.
당시 권 대표는 "나로 인해 고통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트위터에 썼다. 그리고 6월23일 "전 재산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SEC의 고소장에 따르면 권 대표는 3000억원대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에 보유하고 있다가 스위스 은행 계좌로 송금해 1억달러를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빼돌리면서 권 대표 자신은 도피생활을 이어나갔다. 4월말 싱가포르로 출국한 이후 작년 9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됐으며 인터폴이 적색수배를 발령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주했다. 11월에는 여권이 무효화됐다. 세르비아 경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자 몬테네그로로 이동해 위조여건으로 두바이로 다시 출국하려다가 이번에 덜미가 잡힌 것이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
한때 '코인업계의 일론머스크'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싱가포르와 두바이를 거쳐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이력이다. 전형적인 엘리트지만 '루나는 사기에 불과하다", "테라의 가치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제학자 지적과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의 경고에도 그는 이를 계속 무시했다. "루나는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게 그가 고집해온 주장이었다.루나 붕괴 이후 1년 만에 그의 송환을 두고 각국 수사당국이 경쟁을 벌이는 처지가 됐다. 한국 검찰이 자본시장법 혐의로 수사 중일 뿐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사기 등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으며, 체포 당일 미국 뉴욕 연방검찰도 사기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스탠퍼드대 출신의 엘리트로 '피 몇 방울로도 암·당뇨 등을 진단할 수 있다'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가 처벌받은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와 판박이라는 분석이다. 홈즈 역시도 독선적인 경영으로 내부 실험결과를 조작한 것이 들통나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이다.
촉망받는 루나 개발자...뒤에선 유령회사 설립
권 대표는 1991년생으로 대원외고를 2010년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경제학과로 진학했다. 졸업 직후에는 애플과 MS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2015년 국내로 돌아와 와이파이 기술업체인 애니파이를 창업했다.문제의 테라폼랩스는 2018년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공동 설립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은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했다고 주장한 결제시스템 '차이'를 만든 결제회사다. 권 대표는 차이의 이사로 있다가 루나가 폭락하자 해임됐다.SEC의 조사 결과 차이는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루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이같은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다녔다는 게 SEC 판단이다. 미국 SEC와 뉴욕 검찰이 사기 혐의를 적용한 이유 중 하나다. 신 전 대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이며, 테라폼랩스의 초기 멤버였던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권 대표와 함께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
권 대표는 2018년 루나와 테라를 개발하면서 테라폼랩스 직원들에게 대량으로 배포했다. 2019년에는 암호화폐 투자사인 해시드와 국내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투자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 등 초기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루나에 대한 투자를 유치했다. 루나가 오르자 해시드 등은 루나를 지속적으로 매각하며 많게는 수천억원대 차익을 거뒀다. 물론 세금은 없었다.
루나를 개발한 2018년 권 대표는 싱가포르에 유령회사이자 모회사인 테라싱가포르를 설립했다. 8월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테라싱가포르의 자회사인 테라버진을 설립하면서 테라싱가포르를 모회사로, 테라버진과 한국 테라폼랩스를 자회사로 둔 지배구조를 형성했다.이렇게 권 대표는 싱가포르에 명목상 테라폼랩스 모회사를 꾸리면서 ICO를 금지한 한국 정부의 규제와 과세, 자금세탁 문제를 모두 피해갔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권 대표는 2018년부터 이미 테라버진을 통해 작년 5월 폭락 직전까지도 시가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지속적으로 빼냈다. 국세청은 2019년 테라폼랩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5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상태다.
루나 폭락 전 현금화하고 해외 도피...폭락 고의였나
2021년부터 2022년초까지 루나는 1.28달러에서 116달러로 100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줄곧 '루나는 오르기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SEC 고소장에 담겨있다. 정수호 법무법인 르네상스 대표변호사는 "루나 백서에도 통계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내용만 담겨있을 뿐 페깅이 깨지면서 급락할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문구는 없다"고 했다.루나가 폭락하기 2주 전인 4월말. 그는 주주총회에서 부산 테라폼랩스 본점과 서울 지점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즉시 해외로 도피했다. 그로부터 5일 뒤인 5월5일 그는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인의 95%는 죽을 것', '그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이틀 뒤인 7일 루나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싱가포르에 머물던 그는 바로 다음달인 8일 3800억원 어치의 스테이블코인인 USDT를 매각해 현금화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9일 테라의 페깅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루나와 테라는 휴지조각이 됐다.당시 권 대표는 "나로 인해 고통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트위터에 썼다. 그리고 6월23일 "전 재산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SEC의 고소장에 따르면 권 대표는 3000억원대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에 보유하고 있다가 스위스 은행 계좌로 송금해 1억달러를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빼돌리면서 권 대표 자신은 도피생활을 이어나갔다. 4월말 싱가포르로 출국한 이후 작년 9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됐으며 인터폴이 적색수배를 발령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주했다. 11월에는 여권이 무효화됐다. 세르비아 경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자 몬테네그로로 이동해 위조여건으로 두바이로 다시 출국하려다가 이번에 덜미가 잡힌 것이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