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아침 시편]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

선물

나태주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대숲 아래서> <마음이 살짝 기운다> 등 40여 권.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누구를 생각하며 쓴 시일까요. 얼핏 보면 어떤 여성에게 바친 사랑시 같지만, 이 시의 수신인은 남자입니다. 한 출판사 편집장인데, 나태주 시인의 말을 들어보죠.

“회갑을 넘기고 62세 교직 정년 나이쯤 해서 시 전집을 내고 싶었는데, 고요아침이란 출판사와 얘기가 되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교정을 열 차례 이상 보았지만 그래도 오자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그 출판사의 김창일 편집장이 전집을 편집했지요. 여러 차례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받다가 마음으로 가까워졌고 그를 통해 여러 가지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를 들었을까요? 그 편집장은 시를 읽다가 여러 번 컴퓨터 앞에 코를 박고 흐느껴 운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동병상련의 슬픔이었겠지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시인의 가슴속에서 울컥,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곧장 컴퓨터를 열어 그의 이메일 주소 아래 문장을 적어나갔죠. 그 문장이 바로 이 시입니다.시인은 이 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선물은 공짜로 받는 물건이고 귀한 물건, 소중한 그 무엇입니다. 호되게 병을 앓거나 고난을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루하루 우리가 받는 지상의 날들이 선물입니다. 생명이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내 앞에 있는 당신, 가끔 말을 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투정도 부리는 당신이 나에게 그럴 수 없이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진작 이것을 깨달았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과 콧노래 한 구절이 나에게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 된다고 했습니다.”

시인은 또 “그것은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 돈 주고 사는 물건이 아니며 벽장이나 다락 속에 깊숙이 넣어둔 보물도 아니고 나에게 이미 있는 것들인데, 그걸 아낄 이유가 없으니 망설이지 말고 서로가 주고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시인이 평소에 하는 말 중에도 이런 대목이 있어요.“사람들은 기쁨이 부족해서 우울증에 걸리고 불행을 맛봅니다. 서로에게 선물이 될 때 하루하루 아름다운 세상이 열리고 천국에서 사는 날들이 약속될 것입니다. 죽어서 천국에 가는 사람은 살아서 이미 천국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그는 이처럼 일상의 평범 속에서 반짝이는 시의 부싯돌을 발견하는 시인입니다. 국민시로 사랑받는 시 ‘풀꽃’도 생활 속에서 건진 시편이지요.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이 시는 초등학교 교장 시절 아이들과 풀꽃 그리기 공부를 하다가 해준 말을 그대로 옮겨 쓴 것입니다.

풀꽃 앞에 앉아 서툴게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모습은 그림 같습니다. 작은 풀꽃을 그리려면 눈을 바짝 갖다 대고 관찰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은 풀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예쁘다”는 말을 연발하지요. 외로운 것 같지만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깔깔거리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그 모습을 하나씩 떠올리며 시를 써서 칠판에 적어 놓고 흐뭇해하는 시인의 뒷모습 또한 오래 볼수록 더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 음미해보세요

시인은 이 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선물은 공짜로 받는 물건이고 귀한 물건, 소중한 그 무엇입니다. 호되게 병을 앓거나 고난을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루하루 우리가 받는 지상의 날들이 선물입니다. 생명이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내 앞에 있는 당신, 가끔 말을 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투정도 부리는 당신이 나에게 그럴 수 없이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진작 이것을 깨달았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과 콧노래 한 구절이 나에게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 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