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해서든 팔아야 살아남는다"…쪼개 팔고 싸게 팔고[돈앤톡]
입력
수정
'분할분양'·'할인분양'…건설사 물량 털기 안간힘최근 부동산 분양시장엔 상승장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방식으로 아파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단지를 2개로 나눠 분양을 진행하기도 하고 가격을 내려 분양하는 단지들은 꽤 많이 늘었습니다. 시장이 꺾이기 시작할 즈음에 나온 중도금 이자 후불제, 중도금 무이자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까닭은 ‘생존’과 직결돼 있어서입니다.
미분양, 건설사 실적·신용도 타격 가능성 높아
2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동탄2택지개발지구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는 최근 1회차 분양을 시작했습니다. 이 단지는 13개동 총 800가구인데 지난 13일 분양한 물량은 전체 절반 수준인 437가구입니다. 나머지 363가구는 올해 하반기 분양한다고 합니다. 입주자 모집공고에도 “아파트는 분할 입주자모집 운영기준에 따르며, 총 2회에 걸쳐 입주자를 모집한다. 해당 입주자모집공고는 총 2회차 분양 중, 1회차에 해당한다”고 적혀있습니다.분할분양은 대단지 아파트를 나눠서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2011년 처음 도입됐는데 대단지가 한 번에 공급돼 미분양이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재건축 단지에만 허용해온 분할분양을 신규 분양 단지로 확대했습니다.
분할분양이 다시 나온 이유는 분양시장이 침체했기 때문입니다. 이 단지를 분양하는 DL이앤씨 관계자는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봤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분양할 수 있는 방식이 분할 분양이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습니다.분양가를 기존보다 내려 할인하는 '할인분양'은 분양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 센텀퍼스트'는 10% 할인분양을 진행 중입니다. 1150가구를 모집하는 청약에서 350명만 지원하면서 청약 경쟁률이 0.3대 1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높은 분양가 때문이었습니다.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대구에서도 '할인분양'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성구 '만촌자이르네'는 고층 17%, 저층은 최대 25%까지 분양가를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서구 내당동 '두류스타힐스'는 분양가의 10%를 할인해 판매하고 있고, 수성구 신매동 '시지 라온프라이빗'도 입주 지원금 7000만원을 지원합니다.
아직 분양 일정을 진행하지 않은 건설사들은 시기를 엿보고 있습니다. 미룰 수 있는 분양 일정은 최대한 늦추고 몸을 사리는 모습입니다.
건설사들이 갑자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분양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7만5359가구입니다. 10년 2개월 만에 최대 수준입니다. 작년 4월(2만7180가구) 이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전국 미분양 주택이 10만가구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월 7546가구로 전월(7518가구)보다 0.4% 늘어나는 데 그쳐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장마다 계약 조건 등이 천차만별이라 미분양이 회사에 '악영향을 준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분양 자체가 수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상황이 심해지면 결국 '생존 문제'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사 신용도를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들도 건설사의 분양성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나이스(NICE) 신용평가는 최근 '건설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 범위 비교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분양이 건설사들의 실적, 신용도 등 전반적인 부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신평사 홍세진 기업평가4실 수석연구원은 "신규 착공 사업장의 분양률이 낮을 경우 공사대금이 회수되지 못하면서 운전자금 부담이 발생하고 이는 회사의 재무 부담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한국신용평가도 "전국 대부분 지역 분양 경기가 저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집값 하락,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올해는 청약시장이 더 악화할 수 있다. 건설사별로 분양실적과 사업지 구성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