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만에 밝혀진 베토벤 사인…납중독 아닌 '이것'

"간염, 간경변 등 걸렸을 가능성"
질병과 싸우며 걸작 음악을 만들어온 드라마틱한 일생을 살다 간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가 200년 만에 풀렸다.

해외 다수 언론은 22일(현지시간) 영국과 독일 과학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의 말을 인용해 1827년 사망한 베토벤의 머리카락 속 DNA 분석을 통해 사인과 가족 역사에 관한 비밀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트리스탄 베그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요하네스 클라우스 박사 등 국제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는 이날 발간된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보고됐다.

연구팀은 베토벤 사후 당시 15세이던 음악가 페르디난트 힐러가 시신에서 직접 잘랐다고 알려진 ‘힐러 타래(Hiller Lock)’를 포함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그의 머리카락 8타래를 분석해 이 중 5타래를 베토벤의 것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베토벤 것으로 확인된 머리카락만 분석해 그에게 간 질환 위험 유전 인자가 있었고 지속적인 음주와 B형 간염으로 인해 간 질환이 악화해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베그 교수는 “베토벤이 마지막 10년간 사용한 대화 기록집을 보면 이 기간 술을 매우 규칙적으로 마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음주량을 알기는 어렵지만, 간에 해로운 정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오래 술을 과하게 마셨다면 간장 질환 위험 유전 요인의 상호 작용과 B형 간염 등으로 간경변에 걸렸을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다.이로써 힐러 타래에서 일반인의 100배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되며 지금까지 폭넓게 받아들여졌던 베토벤의 납 중독 사망 가설이 이번 연구로 무너지게 됐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