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창업가서 피의자로…'코인업계 머스크'의 몰락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는 2010년 대원외고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로 진학했다. 졸업 직후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2015년 국내로 돌아와 와이파이 기술 업체인 애니파이를 창업했다.

2018년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공동으로 테라폼랩스를 세웠다. 그해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를 개발하면서 엘리트 출신의 혁신적인 창업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2021년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루나의 시가총액은 3년 만에 55조원까지 치솟았다. 그는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렸다.

하지만 루나를 개발하자마자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해외로 보내 일부는 현금화하고 일부는 개인 지갑에 보관했다. 국세청과 검찰의 자금세탁 수사가 쉽지 않은 싱가포르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법인을 세웠다. 루나가 붕괴한 작년 5월 직전까지 보유한 암호화폐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해외에 보관했다.

루나가 붕괴하기 2주 전인 지난해 4월 말 국내 법인을 청산하고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작년 5월 7일 루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바로 다음날 자신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USDT를 현금화했다. 그리고 5월 9일 루나는 99% 폭락했다. 권 대표는 작년 9월 싱가포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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