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연금개혁 반대시위 여파…찰스 3세 국왕 국빈방문 사실상 무산(종합2보)

마크롱 "초여름으로 일정 재조정 제안"…찰스 3세 독일 방문은 예정대로 진행
내달 방중 앞둔 마크롱 "EU 집행위원장도 동행 예정"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 여파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프랑스 방문이 사실상 무산됐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24일(현지시간) 애초 이달 26∼29일로 예정됐던 찰스 3세 국왕의 방문 일정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3월 28일 열린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번 결정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이 이날 오전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내려졌다고 엘리제궁이 전했다. 엘리제궁은 "우호적인 관계에 상응하는 조건 아래 찰스 3세 국왕을 환영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여름께로 일정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초여름께 함께 새로운 국빈 방문 일정을 잡는 방안을 (영국 측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위를 주도하는 노동총동맹(CGT)은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파리에 도착할 때 공식 의전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찰스 3세 국왕 부부를 환영하는 레드 카펫도 깔지 않고, 연회장을 수놓을 깃발 장식 등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영국 왕실 측은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가능한) 날짜를 찾는 즉시 프랑스를 방문할 수 있기를 매우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찰스 3세 국왕의 방문을 미뤄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했고, 모두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즉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프랑스를 택한 찰스 3세 국왕의 국빈 방문이 프랑스 사회의 혼란 속에 미뤄진 것은 마크롱 대통령에게도 아쉬운 대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나서 다소 껄끄러웠던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영국에서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등 전임 총리가 떠나고 리시 수낵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것을 그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가 한창인 상황에서 우리가 국왕 부부에게 국빈 방문을 요청하는 것은 진지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연금 개혁 반대 시위 참가자 일부의 과격 행동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폭력이 설 자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찰스 3세 국왕의 프랑스 방문은 취소됐지만, 독일 베를린 방문은 29∼31일 예정대로 진행된다.

프랑스 일정이 취소되면서 독일이 국왕 취임 후 첫 국빈 방문국이 될 전망이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내달 초로 예정된 자신의 중국 방문 일정과 관련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동행할 예정이라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도록 국제사회 압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