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바라지 않을 사랑이야기…영화 '나의 연인에게'

베를린 주목한 앤 조라 베라치드 감독 작품
튀르키예에서 독일로 유학 온 의대생 아슬리(카난 키르 분)는 파일럿을 꿈꾸는 레바논 출신의 치의대생 사이드(로저 아자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아슬리의 가족은 사이드가 아랍인이라는 이유로 교제를 반대한다.

이를 알게 된 사이드가 곁을 떠나려고 하자, 아슬리는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사이드와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는 듯하지만, 사이드가 언제부터인가 이상하다. 무슬림으로서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숨기는 게 많아지며 행동도 달라진다.

그러던 사이드는 그저 자신을 믿어달라는 말만 남긴 채 멀리 떠나간다.

아슬리는 사이드 없는 시간을 홀로 보내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를 여전히 사랑하는 걸까.

'
영화 '나의 연인에게'는 아슬리와 사이드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둘 사이 사랑은 깊었지만, 정치와 신념은 이에 생채기를 낸다.

사랑은 다시 잡힐듯하지만 멀어지고, 답답한 진공 상태가 이어진다.

깨질 듯 말듯 이어온 사랑은 사이드가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루며 다시 충만해지지만 언제나 주변을 맴돌던 불안함도 그만큼 커진다.

그렇게 영화는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결말로 향해 가며 충격과 슬픔을 장전한다.
연출을 맡은 앤 조라 베라치드 감독은 영화학도 때부터 주목받아왔다.

독일 명문으로 꼽히는 바덴 뷔르템베르크 예술학교에 재학하며 찍은 단편 '성자와 창녀'(2012)로 80여개가 넘는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졸업작인 '24주'(2016)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독일예술영화조합상을 받았다.

'나의 연인에게'도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베라치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싸우고 거짓말하고 상처 주고 또 사랑하는 커플의 이야기에 권력과 무력, 삶과 죽음을 담았다"고 작품 기획 의도를 전했다.

아슬리와 사이드 역의 두 신인 배우는 사랑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베라치드 감독은 관객에게 어떤 선입견도 주지 않고자 그간 연기했던 배역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작품의 영어 원제는 조종사와 짝을 이뤄 비행에 나서는 부조종사, '코파일럿'(copilot)이다.

사이드의 연인 아슬리를 뜻하는 '나의 연인에게'로 바뀌어 국내에 소개됐다. 29일 개봉.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