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아빠 한달출산휴가…저출생 입법쏟아내는 여야

“애 낳으면 누가 키우나?”…총선 1년 앞두고 저출산 지원 입법 쏟아져

‘100만원 가사도우미’ 논란 일기도
경력단절 개선 vs 가사노동 폄하
사진=일요신문
여야가 저출생 이슈 선점을 위한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사회적 관심이 큰 데다 주요 지지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100만원 가사도우미’ 논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22일 재발의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이 대표적이다. 저출생 문제와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싱가포르처럼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법안에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외국인 가사근로자 정책 실험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조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최소 월 210만원인데,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 맞벌이 청년들이 가사도우미를 쓸 수 없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싱가포르처럼 월 100만원에 일 가정 양립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발의와 함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의당은 “현대판 노예제도로 인종차별 합법화 법안”라고 비판했고 여성단체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발상”이라고 직격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를 철회했고, 권성동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면서 법안이 재발의됐다. 반면 지난해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을 제안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라면 주저했을 모든 파격적인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경력단절 개선 vs 가사노동 폄하

조 의원은 각종 논란에 대해 “프리미엄 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 시장이 나뉘어 있는 것처럼 형편이 안 되는 젊은 맞벌이 부부들의 선택지를 넓혀주자는 것”이라며 “해외 사례를 고려해 100만원이라는 기준치를 임의로 잡은 것이지,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격대에 가사 도우미로 일하려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문제 외에도 비자 문제를 풀어야 한다. 현재 가사도우미 시장은 내국인과 중국 거주 한국 동포 등 방문취업동포비자(H2) 비자를 받은 이들에게만 열려 있다. 조 의원은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법무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26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시장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연내 중국 거주 한국 동포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출신 등에게도 가사도우미 시장을 개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가사도우미의 국적은 확대하지만, 임금 수준은 최저임금 이상으로 정할 예정이라 조 의원안과는 차이가 있다. 내국인 중·고령 여성들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비판 등 논란의 지점도 남아있다.

설익은 정책 뒤늦게 수습도

민주당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9건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빠한달 출산휴가법’,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법’ 등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내용이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30일로 연장하고 사업주가 남성 근로자에게 최소 10일 이상의 휴가를 의무적으로 주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사업주로 하여금 21일 이내에 서면 또는 전자적 방법으로 허용함을 통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설익은 정책을 검토하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20대에 자녀 셋을 낳은 아빠에게 병역을 면제해 주자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관련 대책을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