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진의 건강클리닉] 암에 대한 걱정덜기

“암 진단을 혈액검사로만 할 수 없나요?”라고 요청하는 환자가 부쩍 많다. 지난주 ‘암 예방의 날’이라고 하자 각종 암에 관한 정보가 누적돼 걱정거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이 발달해 혈액검사를 한 번 하면 마치 온몸에 있는 이상을 찾아낼 수 있다고 오해하고, 이런 대중 심리를 이용해 혈액검사로 각종 암을 검사한다는 검진 상품을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 수준에서 암 진단을 완벽히 대신할 혈액검사는 없다.

대개 암은 아무 증상이 없이 발병하는데,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정기 검진으로 조기 발견이 가능한 암은 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정도다.
간암은 C형 간염, B형 간염 보균자, 간경화 등이 있을 경우, 폐암은 담배를 많이 피운 흡연자에게 추천한다. 췌장암 같은 다른 암은 대개 조기 발견이 불가능하거나 비용이나 효율 측면에서 검사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검사에 따르는 손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왜 건강검진을 할까? 병으로 고생할까 불안해서다.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해지면 미리 계획을 세워 대처하는 식으로 불안을 줄이려고 한다. 그런데 갑상샘암 같은 경우 오히려 검사를 받으면 불안만 커진다. 다른 이유로 사망한 사람 부검 결과 갑상샘 결절이 있는 경우가 30∼60%나 되므로 갑상샘 초음파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와 안심할 확률이 40∼70%밖에 되지 않는다.따라서 인류는 모든 암에 대한 불안을 검진으로만 잠재울 수 없다. 예방을 위한 노력이 중요한데 발암물질로 잘 알려진 짠 음식, 태운 고기, 담배는 피하고, 절주하면서 항암물질인 채소와 과일 많이 먹기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수십 번 검진하더라도 생존 기간을 별로 늘리지 못하지만, 금연을 하면 5년 정도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또한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나 과일을 하루에 다섯 접시 정도 섭취하는 게 좋다.

비타민 약제의 정기복용도 암 발생을 줄인다고 입증되지 않아 추천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베타 카로텐 약제는 흡연자에게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비타민 E 약제는 뇌출혈 위험을 높이며, 비타민 A 약제는 골절 위험을 높인다. 인류가 암을 대하는 슬기로운 태도는 조기 발견이 가능한 암에 대한 정기검진을 규칙적으로 하고, 예방 노력을 성실히 실천하는 것이다.

조정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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