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축물 난방에너지 정책 제고해야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한국의 건축물 에너지 효율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낮은 수준이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도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저하되고 있는데, 그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건물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정책이 부적절하게 설계될 경우다. 예를 들어 건설사업 발주자나 건물주가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해 투자하지 않으면 정부가 제공하는 세제 혜택은 효과가 없다. 둘째, 건설사업 발주자나 건축시설물의 소유자가 에너지 절감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거나 건물 에너지 절감을 위한 투자가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다. 셋째, 정부가 건물 에너지 절감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건축사업주는 에너지 절약에 투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정부가 지원하고 인증하는 신기술이 공공공사에 적용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예산 부족이나 기존 시스템 변경에 대한 저항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축법 및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건물의 에너지 사용 관련 규정이 있으나 실제 적용은 미흡하다. 특히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정부 정책과 시책에 맞춰 적용하려 해도 문턱이 너무 높다.

조달청의 혁신제품으로 선정된 ‘유공 알루미늄 합금판’이 이런 사례다. 유공 알루미늄 합금판은 온수난방관 위에 시공돼 그 열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바닥 구조체에 전달하며, 온돌 난방으로서 거동을 통해 탄소를 감소시키고 에너지를 절감하도록 사용되는 재료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따르면 주택의 난방효과를 22%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와 있다. 슬래브 바닥모르터의 인장강도가 보강됨으로써 균열 발생이 억제되며,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서도 철근의 보강효과로 구조 안전성이 향상된다. 정부 인증을 획득한 기술인 데다 난방비 급증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음에도 현재 에너지 설계 기준에 반영되지 않아 실제 적용 사례는 미미하다. 이 밖에도 조달청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발굴하고 공공기관의 구매 우대나 민간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혁신제품’ 인증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런 인증 대상으로는 정보통신, 건설, 환경, 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이 포함돼 있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앞으로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건물을 짓는 건축주와 시공사는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5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난방비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더 오를 전망이다. 반면 현행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실제 건축물의 에너지 자립률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민생을 위해 난방비를 절감하며 건축물 공급에도 큰 혜택이 될 수 있는 신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독려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