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병의 정책프리즘] 출산장려 정책은 왜 실패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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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병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출산율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25만 명. 1971년 정점을 찍은 102만여 명과 비교하면 50년 만에 출생아 수가 ‘반의반’ 토막으로 줄어들었다. 합계출산율(0.78)도 역대 최저치인 동시에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출산율은 낮아지기 마련이라지만, 저출산의 정도와 속도가 너무도 크고 빠르다.
왜 젊은이들은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게 됐을까. 고용시장의 불확실성, 비싼 수도권 집값, 낮은 계층 이동성,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와 막대한 육아비용, 사회안전망의 부족... 많은 원인이 거론되지만,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인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공통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현재에도 미래에도 그리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높은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노인의 상대적 소득 빈곤율 역시 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 두 지표 모두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라는 불명예를 달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출산 장려 정책을 펴왔는데, 정부는 왜 저출산을 막는 데 실패했을까.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치는 젊은이들에게 지금도 살기 힘든데 나이 들어서도 힘들 거라고 말한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를 낳으면 나도 아이도 모두 망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일본의 야마다 마사히로도 <일본의 출산정책은 왜 실패했는가?>라는 책에서 ‘일본 젊은이들의 평균 이하로 낙오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출산은 투자행위다. 출산은 가장 숭고하지만, 장기적이고 불확실하며 고비용을 수반하는, 무한책임이 따르는 고위험의 불가역적 투자행위다.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그에 맞는 ‘기대수익’을 제공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출산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출산은 우리 사회에 수많은 긍정적인 외부효과(external effects)를 선사한다. 내수시장, 국방, 복지 문제 등과 같은 명시적인 순기능 이외에도 출산은 변화에 대한 유연성과 생동감, 역동성 등 측정할 수 없는 수많은 긍정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문제는 출산의 혜택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누리면서 출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과 위험은 개인이 부담하라고 하는 점이다. 더구나 출산과 성공적인 육아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용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정부가 현재 펴고 있는 ‘출산지원금 중심 처방’도 막대한 출산과 육아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결국 출산율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가에 달려 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저출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임무 지향적 혁신정책(MOIP)의 틀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적으로 그리고 지속해 추진할 더욱 강력한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고용시장, 저렴한 주거비용, 역동적인 계층 이동성, 사회안전망의 확충 등,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꿈꾸는 더욱 평등하고 안전한 미래 사회의 모습이지만 어느 것 하나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저출산 관련 현재의 정부 조직은 규모와 실질적인 권한이 너무 작다.
우리 사회는 출산이 선사하는 유무형의 긍정적 외부효과를 좀 더 광범위하게 적극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출산은 의무가 아니다. 출산과 육아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위해 꼭 누리고 싶은 특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