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0개 도크 꽉 찼다…"50척 동시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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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생산인력 부족 문제만 해결되면 조선업은 2~3년 내 제2의 꼭대기(부흥기)에 다시 오를 수 있을 겁니다.”
현대重 울산 조선소 '뱃고동'
2016년 '수주 절벽' 8년 만에
3년치 일감 대기…"제2 부흥"
대부분 친환경 高부가 선박
생산인력 충원이 최대 관건
지난 22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만난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현대중공업을 핵심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HD현대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약 20%에 이르는 글로벌 1위 조선사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배 5척 중 1척이 이 회사의 울산·군산 조선소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1972년 설립 이후 50년간 52개국 330여 개 선주사에 2300척이 넘는 배를 공급했다.2016년 최악의 수주 절벽을 뒤로 하고 재도약에 나선 현대중공업이 이날 8년 만에 울산 야드(조선소) 내부를 대외에 공개했다. 미포만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10개 도크(선박의 건조·수리 등을 위해 물을 넣고 뺄 수 있도록 만든 시설)마다 건조 중인 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곳에선 매일 40~50척의 배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은 골리앗크레인(최대 1600t급에 달하는 초대형 크레인) 8기는 철판으로 잘라 내 제작한 블록, 프로펠러 등 선박 부품을 쉴 새 없이 나르고 있었다. 3년 치 넘는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건조 작업이 87%가량 완료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오르니 서울 여의도 세 배 크기와 맞먹는 울산 조선소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영국 선사가 발주한 이 선박은 높이가 아파트 14층(35.5m), 세로 길이가 63빌딩(250m)보다 더 긴(299m) 규모로, 가격은 2억5000만달러(약 3250억원)에 달한다. LNG선은 여러 선종 중에서도 한국 조선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화물창’이라고 불리는 극저온의 LNG 저장 공간 제작 기술력이 경쟁국 대비 뛰어나다는 평가다. 네 개의 화물창을 보유한 이 배는 1회 운반으로 우리나라 전체 LNG 소비량의 절반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이만수 프로젝트매니저(PM)는 “중국은 벌크선 부문에선 강자지만,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선은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환경 선박에 대한 발주 심리가 강화하면서 LNG 운반선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인 2억5625만달러까지 치솟았다. 현대중공업도 수주 잔량(155척) 중 34%(53척)를 LNG선으로 채웠다.HD현대는 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활용한 탈탄소 선박과 스마트조선소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유정대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전무는 “이르면 내년 초 암모니아 기반 엔진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년간 절반가량 줄어든 인력 충원은 최우선 과제다. 한 부회장은 “내국인을 200~300명, 외국인을 최대 2800명까지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울산=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