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결번' 양희종 "11년 전 동부와 챔프전 중거리슛 못잊어"(종합)

정규리그 우승 확정한 날 은퇴식…17년간 인삼공사 '원클럽맨'
"그 중거리슛을 넣고 7∼8초간 수비하는 모습이 당시에는 기억도 안 날 정도였어요. 그때 희열과 감동은 지금 돌아봐도 소름이 끼쳐요.

"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날, 등번호가 영구결번이 된 양희종은 11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제 손으로 우승을 확정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인삼공사는 26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주 DB와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 하프타임에 17년간 헌신한 양희종의 은퇴·영구결번식을 열었다. 등번호 11번이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1997년 프로농구 원년부터 출범한 안양 SBS 시절을 포함, 구단 최초 영구결번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인삼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됐다. 앞서 인삼공사를 추격하던 2위 창원 LG가 서울 SK에 패하며 선두 탈환 가능성이 사라졌고 인삼공사도 DB를 76-71로 격파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경기 후 영구결번이 '가문의 영광'이라고 기뻐한 양희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2012년 4월 6일을 떠올렸다.

그날은 원주 동부(현 DB)와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66-64로 짜릿한 승리를 거둬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날이다.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크리스 다니엘스의 3점 플레이와 오세근의 골밑 득점으로 종료 1분53초를 남기고 62-62 동점을 만들었다.

종료 9초 전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김태술의 패스를 받은 양희종이 해당 시즌 정규리그 MVP 윤호영을 제치고 던진 중거리 뱅크슛이 림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면서 66-64로 역전했다.

이때를 돌아본 양희종은 "(인삼공사에서) 세 번의 우승이 모두 감사하지만 그래도 첫 번째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연세대 출신 양희종은 2007년 2월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안양 KT&G에 지명됐으며 이번 시즌까지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양희종은 정규리그 618경기에 나와 경기당 평균 6점, 3.7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인삼공사는 양희종이 뛰는 동안 챔피언결정전에서 세 차례나 우승했다.

통산 필드골 성공률(36.8%), 3점 성공률(30.1%) 모두 높지 않지만, 승부처에서는 여지 없이 적중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희종이 꼽은 '최고의 순간'에 상대로 싸웠던 DB의 김주성 감독대행은 경기 전 취재진에 "그런 역사가 있으니 나도, 희종이도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며 "열정적이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한 선수였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양희종은 2016-2017시즌 서울 삼성과 챔프전 6차전에서는 3점 9개 중 8개를 꽂아 넣는 놀라운 슛 감으로 팀의 두 번째 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수비 등 궂은일을 주로 맡아 팀에 헌신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에서는 2014년부터 주장을 맡아 인삼공사를 이끌어온 양희종이 코트 복판에 모습을 드러내자 '옛 동료' 박찬희(DB)가 꽃다발을 건넸다.

박찬희는 양희종이 첫 우승을 함께 이룬 '인삼신기'(김태술, 이정현, 박찬희, 양희종, 오세근) 멤버다.

이 중에서 누가 제일 떠오르냐는 질문에 양희종은 "다 좋은 친구들인데 그중 이정현(삼성)이 나를 많이 따랐다"며 "(지금) 정현이가 함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만남은 즐겁지만 헤어지면 마음이 아프다.

떠난 선수들, 다른 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그립기도 하다"며 "팀에 남은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인삼공사의 이름을 더 빛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이제 지도자 생활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양희종은 "미국 쪽으로 간다. 선진 농구를 배우고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1년이든 2년이든 만족할 때까지 그 현장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