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차라리 정부에서 임명해"…KT 주주들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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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외풍에 CEO 선임 세 차례 무산KT의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이 미궁 속에 빠졌다. 정치권 외풍에 CEO 선임이 세 차례나 무산되면서 KT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불안한 주주들은 '이럴거면 대통령실에서 누구로 할지 발표하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영권 공백 장기화 우려
KT 주가, 올해 들어 7% 넘게 하락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KT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원(0.33%) 내린 2만9950원에 거래를 마치며 3만원 선 아래로 주저 앉았다.올해 들어서만 KT 주가는 7.85% 하락했다. 10조원을 돌파했던 시가총액은 7조8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8.5%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또 다른 통신주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 주가가 각각 2.33%, 1.95% 올랐다. 지수 대비로는 부진하지만 KT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
윤경림 후보 사퇴로 경영 공백 지속 전망…정권 교체때마다 '수난'
이같은 KT 주가 부진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CEO 선임 리스크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윤 후보는 당초 CEO 연임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구현모 현 KT 대표 다음으로 KT 이사회가 경선을 거쳐 차기 CEO 후보로 뽑은 인물이다. 하지만 여권은 현 KT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면서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기도 한 윤 후보가 주요 후보군으로 압축됐을 때부터 ‘구현모의 아바타’, ‘이권 카르텔’이라고 주장하며 차기 경영진 후보 인선 내용에 반대해왔다.KT가 대표 선정 절차를 원점에서 재개할 경우 3개월 넘게 이어진 경영 공백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 윤 사장이 사의를 거두지 않으면 오는 31일 정기주총의 대표이사 선임 건은 의안에서 제외된다.
구 대표의 임기는 31일 주총까지다. 주총에서 CEO를 뽑지 못하면 당분간 대표이사 없이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송경민 KT SAT 대표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 의안이 주총에 상정됐지만, 윤 사장의 사의가 수용되면 이들의 선임 안건도 함께 폐기된다.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대행을 맡거나 상법에 따라 구 대표가 당분간 대표직을 수행할 수도 있다.KT는 매년 11~12월에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하는데 지난해 12월부터 CEO 선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물론 계열사까지 모든 인사와 조직 개편이 완전 중단된 상태다. 리더십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서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의 의사 결정도 늦어지고 있다.
KT는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역사를 반복해 왔다. 국영기업이던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등 5명이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모두 채운 CEO는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KT 주주들 불만 폭발…증권가도 목표주가 줄줄이 ↓
KT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KT 온라인 종목토론방에는 "일반 기업 대표이사 뽑는데 왜 대통령실이랑 여당에서 간섭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민간기업에 대통령 낙하산 내려오고 잘 되는 기업을 못 봤다" 등의 반응이다.증권가에서도 KT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5만원에서 3만8000원으로, 하나증권은 기존 4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현모 대표의 연임 반대로 시작된 CEO 인선의 불확실성이 최소한 2023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다른 외부 인사나 통신 비전문가가 CEO로 선임될 경우 기존 KT의 경영 연속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대주주 부재로 인한 우려가 향후 3년마다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는 지난 3년 동안 통신 본업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 콘텐츠·미디어, 핀테크, 부동산 등 비통신 사업에 대한 구조 개편을 주도하며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왔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국내 통신 3사 중 주가 수익률이 가장 뛰어났다.
하지만 이번 KT CEO 교체 과정에서 부각된 불확실성은 KT 주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주총회를 1주일 앞두고 CEO 후보자가 사의를 표하면서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은 CEO가 부재한 가운데 경영의 불확실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KT의 임원 출신이 낙마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새롭게 올 CEO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KT가 구축해 놓은 역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표기업임에도 경영진이 변하면 매출·이익·배당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어떠한 시나리오로 가더라도 KT의 경우 신임 CEO 1년차 투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