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일본도 제칠 태세…심상치 않은 美 '김치' 열풍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실린 대상 '종가' 김치 광고. 뉴스1
코로나19를 거치며 미국 김치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김치 수출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대상의 경우 코로나19 전후로 미국 내 김치 매출이 3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대상의 '종가' 김치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일본인데,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미국 내 매출이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대상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종가 김치 매출이 가장 급속도로 성장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종가 김치가 많이 팔리는 나라다. 지난 2019년 대비 2022년의 미국 내 종가 김치 매출 신장률은 270%에 달한다. 종가 김치 매출이 가장 높은 일본(45%)의 수배에 달한다. 종가 김치 매출 3~5위를 차지하는 중국(65%), 홍콩(60%), 호주(60%)와 비교해도 그 상승률이 압도적이다.

○코로나로 '내식' 늘며 급성장

미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대상 종가 김치 제품. 대상 제공
미국 내 종가 김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최근 몇년 새 일이다. 그 전에도 김치 매출이 우상향하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급성장'은 코로나19와 한류 열풍이 본격화되면서 시작됐다. 대상 관계자는 "한류 확산으로 김치 등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을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집에서 먹는 '내식'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미국 내에서 '김치 사재기'가 발생해 3개월치 물량이 한달 만에 동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김치의 약 70%가 종가 김치다.

종가 김치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2010년부터다. 처음에는 한인 교민을 중심으로 팔리던 김치는 점차 아시아·히스패닉계 이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둔 월마트에 입점하며 현지인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대상은 미국 현지 주요 유통채널 내 입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구가 3억3000명을 훌쩍 넘는 미국에서의 매출 신장률이 세자리수에 달하는 만큼 몇년 안에 일본을 뛰어넘는 매출액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19년만 해도 미국 김치 수출액은 일본 수출액의 30%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일본 수출액의 80%로 뛴 바 있다.


○韓식품사 최초 현지 김치공장도

지난해 3월 열린 대상의 미국 LA 김치공장 완공식. 대상 제공
미국 김치 시장 성장세를 감안해 대상은 지난해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현지 김치공장을 완공해 생산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인근 1만㎡ 대지에 위치한 이 공장은 연간 2000톤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종가 김치는 대부분이 수출 물량이고, 현지 생산 비중은 10%가 채 안된다. 대상은 기존 수출물량을 유지하며 현지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순차적으로 설비를 확충해 2025년까지 미국 현지 식품사업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상은 LA공장의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영업·생산·유통·판매관리가 효율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김치의 경우 주요 원료인 배추, 무, 파 등을 현지에서 조달해서 사용한다.

최근 유럽 국가들이 국내 포장김치 주요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만큼 유럽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폴란드 크라쿠프에 계획 중인 김치 공장은 올해 착공에 돌입해 내년 하반기에 준공돨 예정이다. 6613㎡짜리 대지에 들어서는 이 공장을 짓는 데 약 15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연간 3000톤 이상의 김치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