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갉아먹었다"…'검정고무신' 작가 동생, 눈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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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일 가시고 골방서 만화만 그려""2007년 만난 인연은 악연이 돼 형의 영혼까지 갈아먹었습니다."
"어려운 창작자의 권리 찾아달라" 호소
1200만원 수령금 관련 "내역 투명히 공개해야"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고(故) 이우영 작가의 유가족이자 공동작가인 동생 이우진 씨가 고인을 죽음까지 몰고간 저작권 분쟁을 언급하며 재발 방지를 호소했다.이 씨는 2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우영 작가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저작권 분쟁으로 세상을 떠난 형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형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형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 씨는 발언 내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씨는 "(형과) 51년 삶 중에서 20년은 형제로, 30년은 '절친'이자 존경하는 만화가 동료로 살면서 '검정고무신'을 그려왔다"고 지난 시간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우리 형제는 만화에 빠져 살았고, 만화를 사랑했다"며 "부모님이 일을 나가면, 골방에서 해가 가는 줄 모르고 만화를 그렸는데, 그래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렇게 성장한 우리는 '검정고무신' 캐릭터의 아빠가 됐고, 우리의 손을 따라 매일 수십장의 종이에서 기영이와 가족들은 살아 숨 쉬며 우리 형제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고 추억했다. 이어 "(형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받지 못한 부재중 전화를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생각했다"며 "마무리하지 못한 이 분쟁을 해결하고 후배와 제작자들이 더 나은 창작활동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고 이 작가가 사망한 후에도 법적 분쟁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 씨는 고인의 막내딸이 갑자기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면서 적은 시도 공개했다. 이 씨가 낭송한 시에는 "아빠는 나의 눈, 코 귀 마음속에 살아있어요. 제가 큰 소리로 웃는 모습에 섭섭해하지 마세요. 웃지 않으면 눈물이 날까 봐 웃는 거예요. 아빠의 선택을 존중해요. 미안해하지 마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작가는 2019년 '검정고무신' 만화 공동 저작권자들과 수익 배분 소송으로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2022년엔 '극장판 검정 고무신: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형설출판사 측이 본인의 허락 없이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고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이후 지난 11일 오후 7시께 이 작가는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자택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실시하지 않았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대변인을 맡은 김성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이 작가는 세상을 떠나기 전 직접 남긴 진술서에서 '바보스러울 만치 어려운 창작자의 권리 찾아달라'고 호소했다"라며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검정고무신' 만화 속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아빠 이우영 작가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한 지난 15년 동안 '검정고무신'으로 사업화를 한 개수가 77개를 넘어가지만, 정작 이 작가가 수령한 금액은 총 1200만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김 변호사는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과 만나 "사업자 측의 구체적 정산 내용은 현재까지 받지 못해 파악되지 않는다"며 "보상을 받는다 해도 정당한 근거가 필요한데, 어떤 정산을 따라서 어떤 비용이 누락된 것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추가 청구나 보상 요구를 위해서는 정산 절차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형설출판사 측에서 투명한 공개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열린 '창작자를 죽이는 불공정한 관행을 중지하라'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은 웹툰 표준계약서와 만화진흥법·예술인 권리보장법·저작권법 개정 및 보완을 통한 창작자의 권익 개선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열렸다.
신일숙 한국만화협회장은 "사업자 장진혁과 형설출판사는 이우영 작가가 자식보다 소중하다고 말한 캐릭터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갈취하고, 작가의 생명 같은 창작까지 가로막아 이 작가의 삶을 부정했다"며 "이들은 작가가 손수 만든 캐릭터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