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vs 행동주의 펀드' 승기 누가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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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국민연금, 현 이사회 손 들어줘KT&G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 경영진과 행동주의 펀드 중 어느 쪽이 최종 승기를 쥘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결전의 날' 주총…소액주주 뭉칠까
일단 승부의 추는 KT&G 이사회에 기울어져 있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가 아닌 회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다만 KT&G가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회사인 만큼, 주주들이 힘을 실어줄 경우 주총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단 시각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T&G는 오는 28일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배당금 확대와 사외이사 증권등 행동주의 펀드 측 주주제안이 대거 안건으로 상정돼, 첨예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앞서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를 향해 주당 7867원, 주당 1만원 배당을 요구했다. KT&G 이사회는 주당 5000원 배당을 제시한 상태다.
안다운용은 KT&G의 사외이사 정원을 종전 6명에서 8명으로 증원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판사 출신인 이수형 지배구조·노동 전문 변호사와 김도린 전 루이비통코리아 전무, 박재환 중앙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주총을 하루 앞두고도 결과가 안갯속인 이유는 '숨은 권력'으로 불리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최근 대신경제연구소(한국ESG연구소)는 KT&G 이사회가 제안한 사외이사 현원 6명 유지, 현금배당 주당 5000원 등 안건에 찬성하는 한편, 행동주의 펀드들이 낸 안건에 대해선 '미행사'를 권고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앞서 사측 이사회안(현행 유지안)에 전부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와 자매기관인 의결권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행동주의 펀드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사외이사 증원에 대해선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을, 분기배당 신설·자사주 소각 등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도 행동주의 펀드 측 사외이사 정원 증원에 찬성을 권고했다.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이 현 이사회 측에 힘을 보태면서, 승부의 무게추가 KT&G 이사회 쪽으로 급격히 기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지분공시보고서 기준 국민연금은 KT&G의 최대 주주로, 지분 8.03%를 보유 중이다. 다음으로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7.12%), 중소기업은행(6.93%) 등이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수책위는 지난 23일 제4차 위원회를 열고 안다운용과 FCP가 제안한 안건에 전부 반대하고 이사회 제안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이사회안인 주당 5000원 배당안에 대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한다"며 찬성했고, 사외이사 증원과 관련해서도 "이사회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한다"며 KT&G 이사회가 내놓은 현원 6명 유지안을 찬성했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을 비롯해 현 경영진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행, 재단·기금을 감안할 때 최소 30%의 의결권이 회사 경영진의 편에 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측은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란 취지로 맞서고 있다. FCP는 국민연금 결정이 있은 뒤 KT&G 주주들을 향한 긴급서한을 공개하고 주주들에 참여를 호소했다. FCP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주주는, 계속 무시당할 수 밖에 없다. 기관과 개인 여러분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셔서 전체 참석율을 80%, 90%로 올리는 것만이, KT&G를 '주인 있는 회사'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재산은 회사의 경영진도, 국민연금도 지켜주지 않으며 우리 자신만이 지킬 수 있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승기가 기울었다고는 해도 변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KT&G는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비중이 상당한 종목 중 하나다. 펀드 측 주주제안에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이 포함돼 있는 만큼, 주주들이 결집될 경우 결과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게 시장 일각의 예상이다.
작년 말 기준 KT&G의 외국인 지분율은 43% 수준이다. 외국인들이 어느 글로벌 자문사의 의견을 반영할지에 따라 표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단 얘기다. 또 작년 말 KT&G 주주명부 기준 회사의 소액주주 비율은 62.9%(7313만주)에 달한다.홍영표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의 의사가 효과적으로 결집돼 주총 참석률을 끌어올린다면 주총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소액주주들은 배당 확대 등 자신의 이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안건이 있어도 적극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주주 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분포도가 넓기 때문에 단체행동이 쉬운 사측과 비교해 결집이 어렵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