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상처 지운 포스코…"복구 후 첫 제품에 눈물"

'정상 가동' 포항제철소 가보니

태풍 힌남노에 조업중단 피해
해병대 등 140만명 복구 매진
두 달간 정상운영…불량률 하락
27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제강공장의 제2고로(용광로)에서 시뻘건 쇳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포스코 제공
27일 찾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제강공장. 제2고로(용광로)에선 1500도가 넘는 고온의 쇳물이 연신 불꽃을 튀기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고로에서 뿜어져 나온 쇳물은 불순물 제거(제강) 작업을 거쳐 거대한 용기로 옮겨졌다. 제철소 곳곳에선 쇳물을 가득 담은 ‘토페토(torpedo)카’(어뢰 형태의 쇳물 운반용 차량)가 분주히 돌아다녔다. 제2열연공장에선 쇳물을 굳혀 만든 슬래브(고체 형태의 철강 반제품)가 7대의 압연기를 차례로 통과하며 얇은 철판으로 변해갔다. 공장 옆 적재 공간에는 이렇게 생산된 철판이 코일처럼 둘둘 말려 2분에 1개씩 척척 쌓였다. 불과 6개월 전 지상 1.5m 높이까지 흙탕물로 가득 차 있었던 곳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해 9월 6일 새벽 최대 500㎜의 비를 뿌린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에는 여의도 땅 면적을 2.1m 높이로 채우기에 충분한 양(620만t)의 물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창사 54년 만에 맞는 초유의 조업 중단 사태에 포스코그룹은 제철소 복구에 전사적 역량을 쏟았다. 경상북도·포항시와 해병대, 소방청 등에서 140만여 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135일간 밤낮없이 복구 작업에 매달린 결과 지난 1월 20일 17개 공장, 118개 공정이 모두 태풍 피해 이전과 다름없이 정상화됐다. 30㎝ 높이로 공장 바닥을 뒤덮었던 펄은 온데간데없었고, 설비 하나하나가 새로 도색돼 깔끔한 모습이었다.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2열연공장의 이현철 파트장은 “정상화 후 첫 제품이 나오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동료들과 만세를 부른 뒤 뛰쳐나와 하루 종일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복구 작업을 총괄한 천시열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생산·품질·설비 전 영역에서 복구 전 수준을 회복해 2~3개월간 경영계획을 웃도는 수준을 생산했다”며 “많게는 수백t 단위로 들어오던 고객사 클레임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그룹은 복구 경험을 발판 삼아 ‘2050년 탄소중립’이란 새 비전 달성을 향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위기 극복의 DNA를 되새겨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