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 반대로 하면 무조건 돈 번다"…'홍반꿀 ETF' 가능할까?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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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머 반대로 투자하자"…ETF 출시주식 투자자라면 한 번쯤은 '짐 크레이머'(Jim Cramer)란 이름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월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지금은 투자전문가로서 미국 경제방송 CNBC의 '매드머니' 진행자를 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과없이 독설을 내뱉기로 유명해서 '월가의 미친 소'라고도 불립니다. 그래서인지 팬 만큼이나 안티팬도 많은 인물이죠.
TV쇼나 트윗서 언급되는 종목들 추적해 구성
국내 투자자들 "홍반꿀도 나오나요?"
최근 들어 짐 크레이머의 발언과는 반대로 등락이 일어나는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일례로 짐 크레이머는 지난 2월8일 CNBC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한 매수를 추천했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연초 이후 40% 올랐음에도 SVB 주식은 여전히 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한 달 뒤, 시장에는 SVB 위기가 알려졌고 SVB는 예금인출 사태와 주가 폭락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태 하루 만에 초고속 파산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짐 크레이머는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보다는 금을 사라고 조언했는데요. 비트코인 가격은 당시 2만3000달러대에서 현재 2만7000달러대로 올랐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모이다보니, 트위터에선 크레이머가 혹평한 주식들만 모아둔 계정 '인버스 크레이머'(Inverse Cramer)가 팔로워를 22만명 넘게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크레이머와 반대로'라는 말이 그 자체로 밈(meme)처럼 온라인상에서 회자돼 온 건데요. 하지만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이 밈은 최근 투자상품으로 현실화됐습니다.
이른바 '짐반꿀(짐 크레이머 반대로 하면 꿀) ETF' 입니다. 지난 2일 미국 자산운용사인 터틀캐피탈은 '롱 크레이머 ETF'(LJIM)와 함께 '인버스 크레이머 ETF'(SJIM)를 출시했습니다. 짐 크레이머가 TV쇼나 트윗을 통해 언급하는 종목들을 추적해 20~25개로 추려내는 게 상품의 골자입니다. 크레이머가 어떤 기업을 낙관하면 ETF는 그 주식을 매도하고, 반면 크레이머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주식은 매수하는 식입니다.특히 시장의 관심은 크레이머의 의견과 반대로 가는 SJIM에 쏠렸는데요. 운용사인 터틀캐피탈 측은 "짐 크레이머가 아침에 '시장 분위기가 좋다'고 말하면 우리는 SPY(SPDR S&P 500 ETF Trust)를 역베팅할 수 있고, 그가 오후 들어서 '시장이 별로다'라고 말하면 롱(매수) 포지션을 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일 그의 발언이 쏟아지는 까닭에, ETF의 매매 회전율은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구성종목을 수시로 바꿔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보수도 1.2%로, 보수가 1% 미만인 여타 ETF들보다는 높은 편입니다. 터틀캐피탈 측은 "크레이머가 더는 투자의견을 내놓지 않거나 이익목표를 충족한 종목, ETF 수익률에 부담을 줄 정도로 변동성이 큰 종목은 빠르게 포지션을 청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성과는 어떨까요. 상장 한 달도 안 됐지만 아직까지는 순항 중입니다. SJIM의 경우 상장일(3월 2일) 종가 대비로 보면 이달 중순 4.9% 급등했다가, 상승폭을 줄여 간밤엔 1.83% 가격에 장을 마쳤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대표 ETF인 SPY는 약 0.3% 내렸습니다.문득 우리나라엔 유사 투자상품이 나올 수 없는지 궁금해집니다. 미국에 짐반꿀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홍반꿀'이 있거든요. 방송인 노홍철이 주식예능 '개미는 뚠뚠'에서 얻은 이미지가 밈처럼 표현된 것인데요. 아기상어의 인기를 일찍이 예감했던 노홍철이 삼성출판사 주식을 사들였다가 결국 전량 매도했는데, 직후 주식이 상한가로 치솟았다든가 하는 식의 사례들이 있죠.
하지만 국내에선 '홍반꿀 ETF'를 보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업종과 개별 종목에 대한 숏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게다가 유명인에 대한 인버스 ETF를 내놓았을 경우 명예를 실추할 우려가 있어 각종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투자자 수요는 있을지 몰라도 상품화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