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하다' 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책마을]

1퍼센트 부자의 법칙

사이토 히토리 지음
김진아 옮김 / 나비스쿨
176쪽|1만7000원
“미소가 몸에 배면 즐겁고 행복한 매일이 찾아듭니다. 나쁜 사람들이 주변에서 사라지고, 돈도 많이 벌리며, 언제나 밝은 생각으로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란 원래 즐거움을 위해 살아갑니다. 그러려고 일도 하고, 연애도 하는 것이지요.” <1퍼센트 부자의 법칙>을 쓴 사이토 히토리가 밝히는 성공의 비결이다.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한데 저자는 그렇다고 한다. 한때 일본에서 누적 납세액 1위를 기록했을 만큼 큰돈을 번 그는 “열 명의 제자에게 가르쳐준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사업하는 방법이 아니라, 즐겁게 사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1948년생인 그는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파는 긴자마루칸(銀座まるかん)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1993년부터 2004년까지 12년 연속 일본 고액납세자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누적 납세액은 173억엔으로 1위다. 2005년부터는 공시가 폐지돼 순위를 알 수 없다. 수십 권의 자기계발서를 썼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지만 얼굴은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미스터리의 인물이다.

2004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이 책은 절판돼 중고시장에서 10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다 이번에 새로운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됐다. 현재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화제의 책이다. 저자는 ‘나는 참 행복해’라는 말을 틈날 때마다 하라고 권한다. “긍정적인 말을 자주 해야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란다. ‘나는 풍족해’, ‘못할 것도 없지’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런 말을 꾸준히 하다 보면 평소 행동이 달라지고, 성공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선 안 된다고도 말한다. 당신이 어떤 회사의 사장이라면 “매출을 늘리려면, 다섯 배는 더 노력해야 해!”라고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누구나 이미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을 테고, 거기서 더 노력하자고 쥐어짜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에서다. 그냥 “매출을 다섯 배로 늘릴 거야!”라고 1000번 반복해서 말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책의 나머지 부분도 이런 식이다.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심지어 ‘나는 참 행복해’라는 말을 소리내 반복하면 암도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세금을 많이 낸 것도 이왕 낼 거라면 신나게 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납세를 게임으로 삼아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즐거움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유쾌하게 번 돈으로 즐기면서 세금을 납부합니다. 이 돈이 많은 이들의 행복이 될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저절로 풍족해집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매혹적이다. 하지만 무책임한 조언이다. 과연 사이토 히토리의 성공은 전적으로 긍정적인 생각 덕분일까. 많은 요소가 작용했을 테지만 그는 자신의 성공 과정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에서도 논란의 인물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을 팔아 큰돈을 벌려면 정상적인 방법만으론 힘들다. 일본에서 긴자마루칸은 종교적인 팬덤을 이용해 비싼 값에 상품을 파는 수상한 기업이란 이미지가 있다. 주의가 필요한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