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업체 강박하는 日검정제도…정부 견해대로 역사표현 수정

2014년 일본정부 견해 기술토록 검정기준 개정 이후 왜곡 심화
일본 문부과학성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독도에 대한 기술이 일본 정부 견해대로 수정된 것으로 28일 확인되면서 교과서 검정 제도의 문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 검정 신청본에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적으면서 '일본의 영토'라는 기존 표현을 사용했으나 검정 과정에서 '아동이 일본 영토에 대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고 '일본의 고유영토'로 고치고서야 검정을 통과했다.

일본 정부가 독도가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가 된 적이 없다'는 의미에서 교과서에서 '고유'라는 표현을 쓰도록 한 방침이 적용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하면서 "다케시마가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을 다루고 다케시마가 불법으로 점거돼 있으며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에 반복해서 항의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의 입장이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하다는 것을 지도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는 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가 원고 단계의 교과서를 제출하면 문부과학성이 심사하는 제도다.

교육 경험이 있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교과서 검정위원회가 학습지도요령에 근거해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기술돼 있는지 심사해 합격하지 않으면 교과서로서 학교 현장에 사용할 수 없다.

학습지도요령은 문부과학성이 법에 따라 학생에게 가르쳐야 할 최소한의 학습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검정 과정에서 교육 내용에 정부의 입김이 미칠 수 있다. 일본문교출판이 만약 독도 관련 기술에서 정부 견해인 '고유 영토'라는 검정 의견을 무시했다면 검정 통과가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교과서 검정 제도는 교과서 발행 허용 여부라는 출판사의 목줄을 쥔 정부가 교육에서 정부의 방침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학문과 교육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독도 표현도 2017년 개정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발표된 이후 결국 일본 정부 입장대로 일본의 고유 영토로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전부 바뀌었다.
일본 교과서 개악은 2014년 교과서 검정 기준 개정으로 더욱 심해졌다.

아베 신조 정권은 2014년 근현대사와 관련해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는 경우 그것에 근거해 기술한다"고 교과서 검정 기준을 바꿨다.

이에 따라 이후 초·중·고교 교과서 검정에 이 기준이 적용돼 우경화한 일본 정부의 견해가 교과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3월 문부과학성의 고교 교과서 검정 심사를 통과한 역사 분야 교과서에서는 정부 방침에 따라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애초 검정 신청본에 등장하지도 않았고 일부 교과서에서 쓴 '강제 연행'은 정부 방침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원' 또는 '징용'으로 수정됐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종군 위안부'라는 말이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단순하게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에서 결정했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데려가 강제로 노역시킨 것에 대해서도 '강제연행' 또는 '연행'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며 '징용'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

교과서 업체와 집필진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수정될 게 뻔한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검정 신청 단계부터 쓰지 않으면서 애초 검정 신청본에도 이 표현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소수 교과서에서 정부 방침에 어긋나게 사용한 '강제 연행'이라는 표현은 검정 과정에서 지적을 받고 '동원' 또는 '징용'으로 모두 수정됐다.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제도를 통해 사실상 교과서에 써야 할 표현과 쓰면 안 될 표현을 집필진에게 지시하면서 앞으로도 교과서발 역사·영토 왜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