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정운영체계, 지금이 개혁할 때다

서원석 前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규제 정책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대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런 국제적 환경 변화는 전 국민이 힘을 합쳐 대처해 나가야 하는 국가존망의 위협 상황임에도 우리나라는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할 행정부와 입법부가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1987년 출범한 현 국정 운영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그동안 달라진 우리나라 위상에 걸맞은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개혁해야 한다.현재 제도에서는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일치하지 않아 각종 선거가 자주 실시돼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공약들도 정부 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임기와 선거 일시를 일치시키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정해진 임기 동안 행정부와 입법부가 안정적인 책임정치와 책임행정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정부 교체 때마다 공공기관장과 임원 인사 문제를 둘러싼 신구 정부 간 갈등이 새로 출범한 정부가 정부 정책을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장애가 되고,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이 돼 왔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유형을 재분류해 정책적인 차원에서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특성을 지닌 ‘정부정책형’ 공공기관과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공적인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는 ‘공정수행형’ 공공기관으로 구분하고, 유형별로 임원 선임 기준과 임기를 차별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와 긴밀한 정책적 협업이 필요한 정부정책형 공공기관 임원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제도적인 개혁이 요청되며, 공정수행형 공공기관은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사를 기관장으로 임명해 임기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교육개혁·노동개혁·연금개혁 등 3대 개혁에 정부 개혁을 포함해 4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급박한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게 최근의 추세이므로 이에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는 ‘민첩행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관행과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행정’과 개별 공무원이 자율성을 가지고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예산과 조직 운영상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유연행정’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많지 않다. 과거 근대화 시기에 기회를 놓친 뼈아픈 역사적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지금 바로 국정 운영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