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김치 사재기'?…종가 美 매출, 日 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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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270% 성장코로나19를 거치며 미국에 불기 시작한 ‘김치 돌풍’이 태풍으로 커질 태세다. 김치 수출의 절반을 맡고 있는 대상의 미국 수출이 코로나19 전 대비 세 배로 불어났다. 대상의 ‘종가’ 김치(사진)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일본인데, 지금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미국 매출이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 거치며 인기
대상 LA공장 생산
연내 유럽공장도
28일 대상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종가 김치 매출이 가장 급속도로 증가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종가 김치가 많이 팔리는 나라다.
2019년 대비 2022년의 미국 내 종가 김치 매출 증가율은 270%에 달한다. 종가 김치 매출이 가장 많은 일본(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 45%)을 월등히 앞선 수치다. 종가 김치 매출의 3~5위를 차지하는 중국(65%), 홍콩(60%), 호주(60%)와 비교해도 그렇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김치 매출이 우상향 궤적을 그리기는 했지만, 팬데믹 시작과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겹친 202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가팔라졌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김치 사재기’가 벌어져 3개월 치 물량이 한 달 만에 동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김치의 약 70%는 종가 김치다. 2010년 종가 김치가 미국에 본격 진출한 직후엔 교민 위주로 팔리다가 점차 아시아인과 히스패닉이 주로 이용하는 마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둔 월마트에 입점해 현지인 수요도 늘어났다.
인구 3억3000명을 훌쩍 넘는 미국에서의 매출 증가율이 세 자릿수에 달하는 만큼 몇 년 안에 일본을 뛰어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공산이 크다. 2019년만 해도 미국으로의 김치 수출액은 일본의 30% 수준에 머물렀는데, 지난해엔 80%까지 치고 올라왔다.대상은 미국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해 지난해 식품업계 최초로 현지 김치공장을 완공해 생산에 들어갔다. 로스앤젤레스(LA) 인근 1만㎡ 대지에 지은 이 공장은 연 2000t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종가 김치는 대부분이 수출 물량이고, 현지 생산 비중은 10%가 채 안 된다. 대상은 순차적으로 설비를 확충해 2025년까지 미국 현지 식품사업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폴란드 크라쿠프에 계획 중인 김치 공장은 올해 착공해 내년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