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뒤 '벌금 폭탄'…생숙 8만가구 떨고 있다

정부 "생숙, 오피스텔로 바꿔라"

호황기 때 주택 수에 포함 안돼
아파트 등 '대안 주거'로 인기

10월까지 주거용 변경 안하면
年 공시가 10% 이행강제금 부과

주차면적·소방 안전기준 등
지자체별 조례 달라 혼란 가중
한때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대안 주거’로 인기를 끌었던 생활숙박시설이 벌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주거 목적으로 거주하는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고 한 시한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르면 10월부터 전국 8만여 명에 달하는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는 공시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물어야 한다. 입주자들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오피스텔 용도변경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오피스텔 전환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오는 10월까지 오피스텔로 전환해야

28일 부동산 시행·건축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건축물대장에 기록된 전국 생활숙박시설 규모는 총 8만445실에 달한다. 이는 준공 단지 기준이어서 건축 중인 생활숙박시설을 합하면 20만 가구에 육박할 전망이다.

생활숙박시설은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합친 개념으로 ‘레지던스’로도 불린다. 법적으로는 엄연히 숙박시설이지만, 장기로 숙박하면서 취사와 세탁까지 가능해 사실상 주거시설과 비슷하다. 부동산 호황기 때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부동산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분양 업체는 “숙박일수 제한이 없어 안심하고 주거해도 된다”고 홍보했고 수분양자들은 합법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시설로 잘못 알고 분양받는 사례가 허다했다.

정부가 2021년부터 생활숙박시설의 주거 사용을 금지하고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어기면 시세(공시가격)의 10%를 매년 이행강제금으로 물어야 한다. 유예기간은 올해 10월 14일까지다. 대신 정부는 오피스텔에 없는 발코니나 전용 85㎡ 이상 바닥난방이 설치된 생활숙박시설도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문제는 2021년 이전 입주한 생활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정부 방침 이후에 실제로 용도변경에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며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중앙·지방정부 양쪽에서 더 많은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하는데 서로 공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은 ‘산 넘어 산’이다. 먼저 분양자 100%가 용도변경에 동의해야 하고, 광역시·도에서 토지 용도를 규정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뒤따라야 한다. 주차대수 산정 기준이 까다로운 오피스텔로 전환하기 위해 주차 면수를 더 확보하는 것도 난관이다. 소방·배연시설 등 각종 안전기준도 오피스텔이 더 엄격하다.

주차장 등 오피스텔 전환 기준 제각각

주차장 기준 면수 같은 규정이 구·시·군 조례에 따라 다른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생활숙박시설에서 오피스텔 전환이 ‘어떤 곳은 되고, 어떤 곳은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전남 여수시 조례로 정한 오피스텔 주차 기준은 전용 57㎡당 1대다. 생활숙박시설은 100㎡에 1대만 설치하면 된다.경기 안양시는 지난달 주차장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조례가 통과돼 이달부터 적용 중이다. 건축물 대장에 ‘오피스텔보다 상대적으로 주차대수 부족’이라고 표기하기만 하면 된다. 이달에는 지구단위계획도 변경해 주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비롯한 생활숙박시설 밀집지역 주민도 용도 변경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부산시는 오피스텔로 전환해줄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구단위계획 변경 근거가 될 만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원칙론을 고수하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최근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원래 생활숙박시설 용도대로 호텔로 사용하든지, 주거 목적으로 전환하려면 이에 맞는 시설 확충이 따라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지역에 따라 이행강제금 부과 여부도 달라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부과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며 “어떤 지자체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재량껏 부과하지 않아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필/유오상 기자 jp@hankyung.com